가수 아이유 광팬인 A씨(30)는 오는 26일 개봉하는 영화 ‘드림’에 50만원을 투자했다. 콘텐츠 조각투자 플랫폼 ‘펀더풀’을 통해서다. A씨는 아이유 주연의 이 영화가 대박을 터뜨릴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영화의 손익분기점은 관객 219만 명이다. 관객이 300만 명에 도달하면 28%, 400만 명을 넘으면 61% 수익이 발생한다.
직장인 B씨(36)는 100만원으로 서울 문래동의 버블티 전문점 ‘공차’ 점주가 된다. 조각투자 업체 ‘소유’가 26일부터 모집하는 청약에 참여할 계획이다. 100만원을 투자하면 매장 지분의 0.07%를 소유하고, 매장 이익의 78%를 매월 지분대로 받는다. 매출이 낮아도 연 3%의 최저 임대료를 보장받는다.
명품, 그림, 빌딩 등에서 시작된 조각투자가 ‘쪼개기가 가능한’ 모든 유무형 자산으로 확대되고 있다. MZ세대(밀레니얼+Z세대)의 공격적 투자 성향과 핀테크 업체들의 발빠른 상품 출시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조각투자가 진화를 거듭하면서 일반 대중이 부유층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시대가 열렸다는 분석이 나온다.
경주마, 버블티 전문점, 영화 드림의 사례는 조각투자가 진화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2020년 본격적으로 개화한 조각투자는 명품, 그림, 빌딩 등을 공동구매하는 데서 시작됐다. 3년이 흐른 지금은 음악 저작권, 콘텐츠, 게임 아이템 등 무형 자산부터 경주마, 한우 등 ‘생물 자산’까지 쪼개기가 가능한 모든 자산이 투자 대상이다.
업계는 조각투자자의 50% 이상이 2030세대일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 거래 플랫폼 뮤직카우는 2030세대 고객 비중이 약 55%다. 빌딩 조각투자 플랫폼 카사는 60%, 한우 조각투자 플랫폼 뱅카우는 80% 이상이 2030세대다. 2030세대는 공격적인 투자 성향을 지닌 세대로 분류된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좋아하는 음악, 시계, 미술품 등을 소액으로 투자할 수 있는 조각투자는 ‘덕업일치’(좋아하는 일과 생업의 일치)를 추구하는 MZ세대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며 “‘영끌’ 없이는 종잣돈조차 마련하기 어려운 MZ세대뿐만 아니라 자산을 물려받은 MZ세대도 조각투자의 잠재적 고객”이라고 설명했다.
트레져러에서는 1000원 단위로 명품 가방, 시계, 와인 등에 투자할 수 있다. 공동구매로 투자자를 모집한 뒤 업체에서 자산을 재매각해 수익을 배분한다. 여성들의 ‘워너비’ 가방인 샤넬 플랩백은 공동구매 174일 만에 12.9% 높은 가격에 재매각됐다. 에르메스 켈리백도 274일 만에 최종 수익률 10.34%를 기록했다.
테사와 소투도 공동구매 이후 업체가 자산을 재매각하는 방식으로 수익을 낸다. 소투에 따르면 조각투자로 판매된 미술품은 평균 16.9%의 수익률을 냈다. 재판매 기간은 평균 71일이다. 테사의 경우 평균 수익률이 25%, 평균 보유기간은 312일이다. 소투에서는 구매한 ‘조각’을 앱에서 다른 투자자와 사고팔 수도 있다.
카사와 펀블에서는 부동산을 5000원 단위로 투자할 수 있다. 카사가 2021년 9월 공모한 서울 역삼동 한국기술센터는 2022년 재매각을 통해 12.24%의 수익을 돌려줬다. 매각 때까지 매월 지급된 배당금을 합한 수치다. 2020년 11월 공모한 역삼 런던빌도 작년 6월 매각해 14.76%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콘텐츠 투자도 인기를 끌고 있다. 펀더풀은 영화뿐만 아니라 사진전, 뮤지컬 등 각종 전시회와 콘서트의 제작비를 조각투자를 받아 모은다. 최소 투자 금액은 50만원이다. 판매 건마다 관람객 수에 따른 예상 수익률이 나온다. 영화 ‘범죄도시3’ ‘헌트’ ‘교섭’ 등이 펀더풀에서 투자자를 모집했다.
소유는 부동산에 음식점, 카페 등을 입점시켜 수익을 극대화하는 것이 특징이다. 투자자는 부동산 소유권을 가질 뿐만 아니라, 음식점에서 나오는 매출도 정해진 비율에 따라 지급받는다. 서울 안국동 ‘다운타우너 버거’, 서울 이태원동 ‘새비지가든’ 등이 조각투자로 판매됐다.
박의명 기자 uimy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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