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면 상속세 면제 한도는 가장 엄격한 수준이다. 1997년 세제 개편 이후 26년째 10억원(배우자 상속공제 30억원) 공제 한도를 유지하고 있다. 반면 미국은 1170만달러(약 155억원), 독일은 2600만유로(약 380억원)로 상향됐다. 경제 규모는 커졌는데 공제는 그대로이다 보니 총조세 중 상속·증여세 비중은 2.8%(2020년)로 OECD 평균(0.4%)의 7배에 달한다.
과세 방식도 혹독하다. 한국은 사망자가 남긴 재산 총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정하는 일종의 ‘뭉텅이 과세’인 유산세 방식이다. 1950년 상속세 도입 이후 73년째 고수하고 있다. 반면 OECD 회원국 대부분은 개인이 받는 상속액을 기준으로 세율을 정하는 유산취득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OECD 37개국 중 14곳은 상속세가 없고, 나머지 23개국 중에서도 유산세를 도입한 곳은 한국 포함 4개 나라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병욱·송기헌·유동수 의원이 얼마 전 ‘상속세 유산취득세 방식 긍정적 검토를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고 한다. 부자들에게 곱지 않은 시선을 갖고 있는 민주당 의원들이 마련한 자리여서 한층 의미가 있다. 유산취득세는 담세 능력에 맞춘 과세라는 ‘응능(應能)부담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상속을 단순히 ‘부의 대물림’이 아니라 ‘부의 선순환’으로 접근해야 할 시대가 됐다.
여야 협력으로 70년 이상 묵은 낡은 상속세제가 개편되길 기대한다.
윤성민 논설위원 smyoo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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