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가격할인' VS 삼성전자 '감산'…최종 승자는? [한상춘의 국제경제 읽기]

입력 2023-04-23 18:03   수정 2023-05-23 00:02

서학개미와 동학개미의 최대 보유 종목인 테슬라와 삼성전자가 ‘이윤 감소’라는 공동 현안에 대응하는 방법은 정반대다. 테슬라는 가격 할인으로 방어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여섯 차례 가격 할인을 발표했고 지난 1분기 이윤이 급감하자 조만간 추가 할인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삼성전자는 대규모 감산 계획을 발표하고 이달부터 실행에 옮기고 있다.

기업이 이윤 감소를 극복하는 대책은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초기부터 매출과 점유율을 끌어올리기 위한 가격 할인이다. 다른 하나는 초기에는 고통이 따르지만 수급 여건이 개선되면 매출과 점유율이 회복되고 이윤이 늘어나는 수량(quantity) 축소, 즉 감산이다.

어느 것을 선택할 것인지의 대전제는 ‘시장경제와 균형이론이 얼마나 잘 작동하는가’ 여부다. 양대 전제가 충족되지 못할 때 가격 할인을 추진하면 시장실패를 불러와 이윤이 더 감소하는 자충수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때는 감산이 더 효과적인 대책이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기업 간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시장경제가 잘 작동하지 않음에 따라 불균형 국면이 지속되고 있다. 최근 상황과 비슷하던 1980년대 초 태동한 불균형 이론에 따르면 특정 사건을 계기로 균형점에서 이탈했을 때는 시장조절 기능에 의해 다시 균형에 수렴된다고 봤다. 하지만 시장조절 기능이 작동하는 데는 시간이 걸려 불균형이 오랫동안 지속될 수 있다. 자칫 시장에만 맡겨 놓으면 재원 배분상 실패를 초래하고 참가자 모두 피해를 본다는 것이다. 이때는 국가가 개입하거나 선도기업이 나서서 수량을 조절해야 균형점을 되찾을 수 있다고 봤다.

기업의 위상도 중요하다. 테슬라 같은 선도기업이 가격 할인을 추진하면 경쟁 여건이 빠르게 ‘블루오션’에서 ‘레드오션’으로 변하면서 초기에 확보한 기득권마저 상실하게 된다. 하지만 감산은 삼성전자처럼 선도기업이 추진해야 수급 여건이 개선될 수 있고 가격이 오르면 해당 기업뿐만 아니라 모든 기업이 혜택을 보게 된다.

게임이론을 적용하면 더 명확해진다. 이 이론은 참가자별 이해득실(pay off)에 따라 분명하게 판가름 나는 ‘노이먼-내시식 이기적 게임’과 모두에게 이익이 되는 ‘샤프리-로스식 공생적 게임’으로 구분된다. 전자는 소비자보다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하는 기업이 즐겨 써온 게임 방식이다. 공생적 게임 이론은 시장 참여자들이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전혀 예상치 못한 꼬리 위험으로 위기에 처했을 때 모두가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해결해 낼 수 있는 양식(architecture)을 제공해준다.

테슬라의 가격 할인은 다른 기업의 점유율을 빼앗는 이기적 게임이다. 게임 결과도 시장 전체 규모를 늘리지 못하고 시장 질서만 흐트러뜨리는 제로섬 게임이다. 삼성전자의 감산은 어려운 때일수록 참가자 모두에 혜택이 돌아가는 공생적 게임이다.

기업 이윤은 매출에서 각종 비용을 빼 산출한다. 불확실한 시대에는 기업이윤에 대한 확신이 떨어지면 시장에서의 신뢰는 기하급수적으로 추락한다. 소셜미디어 발달로 서로가 촘촘히 연결된 사회에서는 부정적 뉴스가 긍정적인 뉴스보다 전파 속도가 여섯 배 이상 빠르기 때문이다.

가격 할인을 통한 포지티브 경영은 매출이 증가할수록 불확실성에 더 노출돼 기업이윤에 대한 믿음이 떨어지게 하고 경영계획만 수정하는 악순환을 초래한다. 감산을 통해 비용을 감축하는 네거티브 경영은 불확실성을 줄이면서 기업이윤에 대한 믿음이 늘어나게 한다.

네거티브 경영은 최근처럼 공급망 차질이 발생하는 여건에서 더 빛을 발한다. 산업 자체의 특성과 관계없이 매출과 점유율이 늘수록 비용이 증가해 생산성이 떨어지는 수확체감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이다. 지난 1분기 테슬라가 가격 할인으로 매출은 늘어났지만 수익은 급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두 기업의 앞날도 엇갈릴 수밖에 없다. 올해 테슬라의 실적은 20% 이상 감소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목표 주가도 대부분 하향 조정하는 가운데 26달러까지 내려 잡는 기관도 나왔다. 반면 삼성전자 주가는 2년 만에 ‘8만 전자’에 도달하고 ‘10만 전자’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기대가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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