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 2분기 전기·가스요금 결정은 한 달째 지연되고 있다. 당정은 당초 2분기가 시작되기 전인 3월 말 전기·가스요금을 결정할 예정이었다. 한국전력과 한국가스공사의 대규모 적자, 미수금(가스요금 인상 억제로 받지 못한 돈) 해소를 위해 전기·가스요금을 인상할 필요가 있다는 점엔 공감하면서도 여론을 의식해 인상 결정을 미루고 있다. 이번주에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24~30일)이 예정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전기·가스요금 결정은 5월 이후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유류세 인하 연장도 ‘정무적’ 판단이 작용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재부는 유류세 인하 조치를 오는 8월 말까지 연장하겠다고 지난 18일 발표했다. 휘발유 25%, 경유·액화석유가스(LPG)부탄 37% 등 기존의 유류세 인하 조치를 4개월 더 연장하기로 한 것이다. 올해 20조원 안팎의 ‘세수 펑크’가 예상되는 만큼 세수를 늘리기 위해 유류세를 지금보다 올릴 것이란 관측이 나왔지만 결국 유류세 인하 조치를 더 연장했다.
근로시간 개편안도 ‘주 69시간’ 프레임에 휘말려 표류하고 있다. 고용노동부는 입법예고 기간 마지막날인 17일 최종 입법안을 내야 했지만 일단 미루고 추가로 국민 6000명 설문조사와 심층면접을 거치기로 했다.
노동개혁과 함께 정부가 강조하는 연금개혁도 지지부진하다. 최근 재정계산 결과, 국민연금 고갈 시점이 5년 전 재정계산 때보다 2년 빨라질 것(2057년→2055년)이란 시간표가 나왔지만 정부는 10월 말에야 정부 차원의 개혁안을 국회에 낼 계획이다. 하지만 내년 총선 직전에 국회가 인기 없는 연금개혁에 나설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관측이 많다.
문제는 내년 총선이 가까워질수록 정부와 정치권이 여론의 눈치를 보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미루면 미룰수록 전기·가스요금 인상을 비롯해 유류세 정상화, 근로시간 개편 등 각종 경제정책 추진이 지금보다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다.
강경민 기자 kkm1026@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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