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역사는 혁신과 함께 발전했다.
증기기관의 발명으로 열을 일로 전환하는 법칙을 터득해 산업혁명이 가능했다. 공중보건 혁신은 적은 비용으로 많은 사람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20세기 일어난 농업혁신은 작물 수확량은 비약적으로 증가했고 인구 증가에 큰 역할을 했다.
이처럼 인류 역사에는 많은 혁신이 있었지만, 언제 혁신이 발생하고 왜 일어나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영국 출신 세계적 과학저술가 매트 리들리는 <혁신에 대한 모든 것>에서 인류 역사의 전환점마다 큰 역할을 해온 혁신에 관한 이야기를 담는다.
진화생물학, 고고학, 기술, 경제, 사회 등 다양한 분야를 넘나들며 혁신의 성질을 탐구한다. 나아가 혁신이 어떻게 현대를 빚어냈는지 살펴보고, 우리 일상의 일부로 자리 잡은 과정을 분석한다.
혁신은 한 명의 천재나 순간적인 발명으로 이뤄지는 게 아닌 동시대에 치열하게 고민하고 경쟁한 모든 사람의 결과물이다.
자동차는 수많은 이들의 손을 거쳐 완성됐다. 우리에게 친숙한 자동차의 특징은 마이바흐가 설계했고, 벤츠 덕분에 차가 석유로 달리게 됐고, 포드는 자동차를 저렴하게 널리 보급했다.
라이트 형제는 비행을 성공시키기까지 많은 이와 편지를 주고받고 조언을 구했다. 컴퓨터의 기원도 수수께끼 같고 혼란스럽다. 미국, 영국, 독일 등에서 매우 조금씩 점진적으로 영향을 미치며 발전했다.
저자는 우리가 혁신이라고 생각하기 쉽지 않은 단순한 것들도 세상을 바꿨다고 전한다. 19세기 초에 만들어진 주름 철판은 저렴한 가격으로 수많은 이들에게 보금자리를 제공했다.
판자촌, 슬럼가부터 광부 숙소, 공장까지 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쓰였다. 1950년대 중반 규격화된 컨테이너의 발명은 무역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혁신은 때가 무르익으면 자연스럽게 등장했다. 바퀴 달린 여행 가방은 1970년대에 이르러서야 단순한 기술에 비해 늦게 등장했다.
이전에는 짐꾼이 많았고 특히 사업가들은 기꺼이 짐꾼을 썼다. 공항은 작았고 탑승장은 가까웠다. 항공 여행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승객이 걸어야 할 거리가 늘었고 바퀴 가방의 수요에 전환점이 일어났다.
저자는 혁신을 이끄는 궁극적인 힘은 ‘자유’라고 강조한다. 도전하고 실패한 자유, 권력과 제약으로부터 자유가 필요하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마음에 드는 혁신을 지지하고, 그렇지 않은 혁신을 거부할 자유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최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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