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복을 벗고 소매를 걷어붙여라. 그리고 농장으로 나가라.”
중국 공산당의 3대 계파 중 한 곳인 공산주의청년단(공청단)이 지난달 자국 대학생들을 향해 “공장에서 나사 조이는 일을 거부한 채 직업적 열망만을 고수해선 안 된다”며 내놓은 메시지다.
이는 실업 상태에 있는 대졸자들 사이에서 거센 반발을 불러일으켰다. 고학력 청년층 급증세에 발맞춰 충분한 일자리를 창출해내지 못한 정책적 책임을 자신들에게 전가하고 있다는 비판이다. 한 소셜미디어(SNS) 사용자는 위챗에서 “당신이라면 현재의 직장 내 위치와 월급을 포기하고 청소부가 되겠는가?”라며 공청단을 저격했고, 이는 큰 공감을 얻었다.
중국 청년들의 분노는 더욱 끓어오를 전망이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중앙TV(CCTV)를 비롯한 중국 관영 언론들이 최근 저숙련 노동자로 일하면서 1년에 14만5000달러(약 1억9300만원) 이 버는 청년 대졸자들의 사례를 여럿 소개했다고 23일(현지시간) 전했다. CCTV 보도에 따르면 한 젊은 대졸자 부부는 중국 동부 저장성에서 데판야끼식 두부와 감자튀김을 팔아 하룻밤 새 1335달러(약 178만원)를 손에 쥐었다.
그러나 이는 왜곡된 보도였다. 웨이보에는 “그 부부가 CCTV에 나온 만큼의 매출을 달성하려면 밤새도록 쉬지 않고 1분당 1.6명의 고객을 상대했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부부는 실제로 베이징유스데일리 인터뷰에서 “일반적으로는 매출이 CCTV에 출연한 날의 3분의 1에도 못 미친다”고 털어놨다.
치솟는 실업률에 대한 ‘눈 가리고 아웅’식 대응이라는 비판이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기간 봉쇄 등 초고강도의 방역 정책으로 중국 경제는 얼어붙었고,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이 서서히 본격화하는 시점에서도 청년 실업은 개선되지 못하고 있다. 16~24세 청년 실업률은 1년 내내 16%를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다가 지난 3월에는 19.6%까지 올랐다. 역사상 두 번째로 높은 수치다. 나라 전체 실업률이 5% 수준인 것과 대조적이다.
대졸자 증가에 따라 노동력 공급은 폭발적으로 늘어나는데, 그에 맞는 일자리는 오히려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중국 취업 포털사이트인 51잡닷컴이 지난해 11월 100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자 절반 이상이 올해 채용 규모를 줄일 계획이라고 답했다. 올해 중국 취업 시장에는 사상 최대 규모인 1160만명의 대졸자들이 뛰어들 것으로 예상돼 실업률 추가 상승 여지는 크다.
열악한 노동 환경도 문제로 지적된다. 중국 기술 기업의 화이트칼라(사무직) 근로자들 사이에선 주 6일,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근무한다는 ‘996’ 관행이 일상적이며, 수당이나 유급휴가 없이 24시간 대기해야 하는 날이 태반이라는 것이다. 한 위챗 사용자는 “노동법을 도입해 노동자들의 진정한 우려를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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