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7일 19:0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한미군 납품업체 오너들이 코스닥 기업 제넨바이오의 경영권을 우회적으로 인수한 것으로 파악된다. 표면적으로는 코스닥 기업에 회사 경영권을 판 것으로 발표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이 코스닥 기업의 주한미군 납품업체 인수대금을 마련할 수 있도록 담보를 제공했다. 사실상 회사 담보로 자금을 빌려 인수하는 차입매수(LBO)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한해 순이익 6억원을 낸 주한미군 납품업체를 240억원에 평가해 '신종 뻥튀기' 우회상장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27일 금융감독원과 업계에 따르면 제넨바이오는 주한미군 부대에 식료품과 식자재를 군납하는 타이코인더스트리 지분 100%를 240억원에 인수하기로 했다. 타이코인더스트리는 2014년 태흥무역으로 설립돼 주한미군이 주둔하는 평택시와 업무 협약을 맺어 독점적으로 식료품을 유통해왔다. 제넨바이오는 지난주 계약과 동시에 타이코인더스트리 대주주인 김준규 대표(지분율 50%) 등에게 150억원을 지급했다. 통상적인 계약금보다 훨씬 많은 금액이다.
제넨바이오는 타이코인더스트리 계약금 150억원을 이달 초 마련했다. 작년 11월 설립된 장외 컨설팅업체 제이와이씨(JYC)를 대상으로 150억원 규모 유상증자를 단행하면서다. 제이와이씨는 이 증자를 통해 제넨바이오 지분 19.54%를 보유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자본금 5000만원에 불과한 이 회사가 150억원을 마련할 수 있었던 건 타이코인더스트리 덕이다. 제이와이씨는 타이코인더스트리 지분을 담보로 개인에게 150억원 전액을 빌렸다.
제이와이씨와 타이코인더스트리는 표면적으로는 별개의 회사다. 제이와이씨는 미래도시건설 공공영업팀장을 지낸 신한진 대표가 100%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타이코인더스트리 지분을 담보로 제넨바이오 인수자금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특수관계'로 추정된다. 제이와이씨는 제넨바이오의 신규 전환사채(CB)에 150억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당초 28일 납입할 예정이었으나 한 달 뒤인 5월 31일로 일정을 미뤘다. 제넨바이오는 이 자금을 타이코인더스트리 잔금(90억원)으로 지급할 것으로 보인다.
6월 말 타이코인더스트리 인수가 종료되면 제이와이씨는 제넨바이오 경영권을, 제넨바이오 완전 자회사(타이코인더스트리) 지분을 담보로 돈을 빌려 인수하게 된 셈이 된다. 전형적인 LBO 방식이다.
이 과정에서 제넨바이오의 타이코인더스트리 '몸값'을 과도하게 높게 산정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타이코인더스트리는 미국 청과물·농산물 도매업체 EKK를 자회사로 거느리고 있다. 지난해 매출 85억원, 영업이익 8억6500만원을 냈다. 회계법인 해솔은 타이코인더스트리 매출이 내년부터 평년의 두배 수준으로 급증할 것이라고 추정했다.
코스닥시장에선 '뻥튀기 출자'를 활용한 신종 우회상장 수법으로 보고 있다. 제넨바이오는 매년 대규모 손실을 기록하고 있는 바이오 기업으로 작년 외부감사에서 '한정' 의견을 받아 자금 수혈이 시급했던 상황이다. 타이코인더스트리는 주한미군 납품업체 입찰에 주식 분산 요건이 신설되면서 상장사 인수에 눈독을 들여왔던 것으로 전해졌다. 한 코스닥 M&A 관계자는 "제넨바이오는 주한미국 기지가 위치한 평택시에 있는 데다 공장부지 등 유형부지가 많다"며 "제3의 법인을 앞세워 기업가치를 높여 매각하는 방식으로 사실상 우회상장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소액주주들은 이 같은 LBO 방식의 M&A로 주주가치가 훼손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제넨바이오 주가는 이달 3일 최대주주가 바뀐 이후 내리막세를 타고 있다. 이날 주가는 보합인 1146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달 초 대비 30% 가까이 급락했다.
하지은 기자 hazz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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