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프롭테크' 기업, 하반기가 더 문제인 이유[더 머니이스트-심형석의 부동산정석]

입력 2023-04-25 07:00   수정 2023-04-25 14:36

2023년 부동산 벤처업계에서는 혁신과 성장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습니다. 기업의 생존이 가장 중요한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프롭테크 회사는 부동산 시장이 상승기일 때 가장 주목받습니다. 주택의 가치가 증가하고 거래 또한 늘어나면 회사의 수익과 마진이 덩달아 증가하게 됩니다. 안타깝게도 2022년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급속히 냉각돼 성장하는 프롭테크 회사보다는 평준화 또는 성장이 정체되는 회사를 더 많이 보게 될 것입니다. 물론 국가별로 프롭테크의 성장 단계가 어떠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현재 유럽은 프롭테크 기업들이 여전히 주목받는 것으로 보입니다.

지난 10년 동안 부동산건설시장과 소비자들이 상호 작용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킨 새로운 서비스에 열광하면서 프롭테크 기업들은 호황을 누렸습니다. 초기 혁신은 주택 구매자 또는 판매자가 데이터에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부동산정보플랫폼에서 나왔습니다. 한국은 직방과 다방 등이 대표적이고 미국에서는 질로우(Zillow), 트룰리아(Trulia), 리얼터닷컴(Realtor. com) 등을 들 수 있습니다. 이제 인터넷에 연결된 사람이라면 누구나 시장에 나와 있는 주택에 대한 정보, 과거에는 전문 부동산 중개인이나 접근가능 했던 다양한 데이터를 확보하고 의사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차세대 혁신의 물결은 오픈도어(Opendoor), 플라이홈즈(Flyhomes), 오퍼패드(Offerpad), 리본Ribbon)과 같은 회사인 '아이-바이어스(i-buyers)' 및 '파워 바이어스(power buyers)'에서 나왔습니다. 물론 한국에서는 전매제한이나 세금규제 등의 문제로 수익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는 사업입니다. 이런 회사들은 주택 거래를 그 어느 때보다 쉽게 만들었습니다. I-buyers는 고정된 가격으로 매도자의 주택을 신속하게 구매합니다. 파워 바이어스는 소비자가 '판매하기 전에 구매'하거나 주택을 '전액 현금으로 구매'합니다. 지난 3년 동안 주택 가격은 저금리, 원격 근무 및 재정 부양책 등으로 인해 많이 올랐으며 이들 회사들은 상승의 혜택을 받았습니다. 수익과 마진은 빠르게 증가했고 이런 흐름이 계속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당분간은 현재의 사업모델이 지속될 수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인플레이션은 지난 50년 동안 볼 수 없었던 수준에 이르렀습니다. 미국 연준의 급격한 금리인상에 한국은행도 호응할 수 밖에 없었지요. 이로 인해 주택담보대출(전세대출) 비용이 급격히 올라가면서 자산시장은 붕괴직전입니다. 이제 많은 주택 소유자들은 과거의 주택담보대출을 포기하면서 새로운 주택으로 이사하기를 원하지 않습니다. 주택가격의 빠른 하락은 더 떨어질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팽배해지면서 주택거래는 최저를 기록했습니다.

한국의 주택거래의 감소 속도는 예상보다 빨랐습니다. 미국도 예외는 아닙니다. 전미부동산중개인협회(NAR)에 따르면 기존 주택 판매는 2022년 11월에 409만채로 전년 대비 35% 감소해 2010년 이후 최저치(코로나 초기 몇 달 제외)를 기록했습니다.

이제 우리는 이런 상황이 프롭테크회사에 어떤 영향을 줄지 판단해야 합니다. 주력사업이 주택거래와 관련이 있는 회사는 거래 감소로 인해 가장 큰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콘테크(Contech)로 알려진 건설관리 플랫폼 들은 부동산 거래량에 덜 의존하므로 더 잘 버틸 겁니다.

2022년 전에 자금을 유치한 기업들은 성공적이었지만 기업가치를 너무 높게 평가받아 그 가치를 유지하는데 어려움을 겪을 겁니다. 이로 인해 자금조달이 어려워질 수 있습니다. 기업공개를 앞두고 있는 후기 단계의 스타트업들이 가장 큰 어려움에 직면할 겁니다. 더 많은 해고, 축소 및 합병의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은 더 밝은 전망을 가지고 있습니다. 비용절감과 효율성에서 성과를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프롭테크 시장에서 가장 궁금한 사항은 현재의 거래절벽이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가입니다. 누구도 정확히 예측하기 힘든 사안입니다. 하지만 지금의 위기를 극복한 기업에는 더 큰 시장이 열려 있을 것이란 사실에 의문을 제기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봄은 왔지만 봄이 아닌 지금 벌써 추운 겨울을 대비하라고 조언합니다.

<한경닷컴 The Moneyist>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美IAU 교수

"외부 필진의 기고 내용은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독자 문의 : th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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