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신탁회사들이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있는 사업장 가운데 우량 사업장을 선별해 직접 개발 주체로 나서고 있다. 분양성과 사업성이 담보되는 곳 위주로 개발해 수익을 올리겠다는 것이어서 주목된다.
24일 부동산금융업계에 따르면 하나자산신탁은 서부산 스마트T타워 지식산업센터(부산 사하구 신평동 532 외 3필지) 개발을 위한 개발형 토지신탁(차입형 토지신탁) 계약을 맺었다. 이 사업장은 하이투자증권이 PF 브리지론(220억원)을 댔으나 부동산 경기 악화에 자금줄이 마르며 본 PF로 넘어가지 못해 기로에 섰던 곳이다. 시행사가 ‘개탁’(개발형 토지신탁의 준말) 방식으로 전환해 사업을 이어 나갈 것을 제안했고, 신탁사가 책임지고 개발을 이끌어 나가는 구조로 바꿨다.
자산유동화대출(ABL) 방식으로 자금을 조달해 브리지론을 상환했다. ABL은 PF와 비슷하지만 장래의 사업성이 아니라 공사대금 채권 등을 기초자산으로 유동화한 대출 형태를 말한다. 신탁사의 사업비 조달 능력과 시공사의 신용 보강을 보고 들어온 유진투자증권이 250억원의 ABL 대주로 나서면서 개발이 진행될 예정이다.
이 부지의 총사업비는 공사비 1750억원을 포함해 3245억원이다. 시행사는 JM네트웍스, 시공사는 흥화다. 다음달 착공에 나서 2026년 완공할 계획이다.
부동산 신탁업계는 올해 개탁 방식으로 전환하는 사업장을 늘려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올해 들어 부동산 신탁사들은 재개발·재건축을 제외하고 총 다섯 건 안팎의 개탁 계약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투자부동산신탁도 강원 원주 지역 ‘B&I지식산업센터 원주’를 개탁 방식으로 개발할 계획이다. 총사업비는 1570억원 규모다.
코리아신탁 역시 광주 광산구 지역에 하이엔드 주거시설인 ‘벨루미체 첨단 펜트하우스’를 조성하는 내용으로 지난달 개탁 계약을 맺었다. 총사업비는 800억원가량이다.
부동산 경기 악화에 도산하는 시공사가 증가하며 신탁사들이 늘려온 책임준공형 신탁의 리스크도 커졌다. PF 부실로 사업장이 곳곳에서 멈추자 신탁사들이 “리스크를 더 지더라도 개탁 사업을 늘려나가는 게 낫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개탁 사업은 사업이 어려워졌을 때 신탁사가 자금을 투입해야 하는데 수수료율이 책임준공형보다 두세 배 더 높다.
한 부동산 신탁사 관계자는 “책임준공형으로 들어간 사업장이 어려워지면서 위험도가 커진 상황이어서 차라리 우량 사업장에 대해선 리스크를 지고 선택과 집중을 하는 게 낫다는 판단”이라며 “책임준공형 모델이 나오기 전엔 차입형이 많았는데, 그 시기로 돌아가고 있는 모습”이라고 전했다.
류병화 기자 hwahw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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