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제약·바이오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이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규제 산업이다. 사람 생명과 직결된 분야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규제의 질이다. 업계에선 한국 바이오 규제는 비포장도로에 가깝다고 평가한다. 고속도로를 깔아주면 하루면 갈 길을 울퉁불퉁한 비포장도로를 돌고 돌아 며칠이 걸리게 한다는 지적이다.
지난 2월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를 받은 국산 1호 디지털 치료기기(DTx) ‘솜즈’가 대표적이다. 솜즈가 대학병원 등 의료 현장에서 환자 치료에 쓰이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절차가 아직 남았다. 바로 신의료기술평가다. 기존 건강보험 시장에 들어와 있는 의료기기와 다른 새로운 기술이라면 이 절차는 필수다. 솜즈는 첫 디지털 치료기기여서 신의료기술평가 대상이다. 보건복지부 산하 한국보건의료연구원(NECA)이 솜즈의 유효성과 안전성을 검토한다. 이 절차를 위해 솜즈 개발사인 에임메드는 의료 현장에서 임상 데이터를 다시 모아야 한다. 이 허들을 넘어야 비로소 건강보험 진료비(수가)가 책정되고 병원에서 솜즈가 환자에게 처방된다. 이 과정을 거치는 데 통상 2~3년이 걸린다. 건강보험 재정 누수를 막기 위한 절차가 신기술의 시장 진입을 막는 장애물이 된 셈이다.
복지부는 이런 문제 해결을 위해 솜즈 같은 혁신의료기술의 경우 건강보험 진료비 책정에 앞서 최대 5년간 비급여로 병원에서 처방할 수 있게 예외를 만들었다. 하지만 업체들은 불만이다. 보험 적용이 안되면 무용지물이라는 이유에서다. 환자 부담을 고려한 의사들이 비급여 제품을 외면하기 때문이다. 결과적으로 정부가 고속도로를 깔아준 게 아니라 비포장도로로 떠밀었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나 암 조기진단 키트 등 차세대 의료기술도 사정이 다르지 않다. 비급여 대상이 됐더라도 신의료기술평가를 정식으로 받는 데 필요한 병원 임상 데이터를 쌓는 것도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서다. “영업 조직조차 없는 자그마한 바이오 기업이 병원과 비즈니스 미팅만 진행하다가 유예 기간을 허비한 사례도 비일비재합니다. 정부의 규제 마인드가 바뀌지 않고선 바이오 혁신 기술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A사 대표의 말이다. 결국 해법은 정부의 손에 달렸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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