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유럽 최고 권위의 클래식 음악 축제인 잘츠부르크 페스티벌.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공연이 끝나자 끊임없는 박수와 환호가 쏟아졌다. 극찬의 주인공은 ‘21세기 최고의 소프라노’를 거론할 때 첫손에 꼽히는 성악가 디아나 담라우(52·사진)였다. 그는 절정의 고음과 기교를 요구하는 ‘밤의 여왕’ 아리아를 완벽히 소화하면서 세계를 놀라게 했다.
지구촌 정상의 콜로라투라 소프라노(화려한 음형·복잡한 장식음을 자유자재로 구사하는 소프라노)라는 평가를 받으며 세계 오페라 무대를 제패한 담라우가 6년 만에 한국을 찾는다. 5월 18일 서울 잠실동 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오페라의 왕과 여왕들’ 공연에 오르기 위해서다. 공연에서는 2부에 걸쳐 모두 14곡이 소개되며 담라우는 4곡을 혼자 부른다. 로시니 오페라 ‘세미라미데’ 중 ‘아름답고 매혹적인 꽃’, 도니체티 오페라 ‘안나 볼레나’ 중 ‘아무도 나의 슬픔을 들여다보지 못해’ 등 카바티나와 아리아들을 들려준다. 모두 여왕의 역할에서 쓰인 노래다.
담라우는 24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왕관에서 비롯되는 화려함과 외로움, 그 안에 담긴 아픔과 영혼을 노래하는 데서 큰 의미를 느낀다”며 “왕과 여왕의 이야기를 담은 아름다운 음악으로 청중에게 마법 같은 순간과 황홀한 기쁨을, 때로는 깊은 감정과 유대감을 느낄 수 있는 무대를 선사해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사회적 지위는 높을지언정 그들도 사소한 감정이나 지극히 평범하고도 사적인 문제들로 끊임없이 고민하는 한 인간일 뿐이란 점에서 우리와 다를 바 없다고 봤어요. 많은 오페라 역할을 맡아봤지만, 왕관 뒤나 아래에서 일어나는 움직임이 정말 흥미로워요.”
다만 이번 무대에서도 담라우를 성악계의 슈퍼스타로 만들어 준 ‘밤의 여왕’은 부르지 않는다. 2008년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를 끝으로 15년째 참아오고 있다. 성대에 큰 무리를 줄 수 있는 작품인 만큼 오래도록 좋은 목소리를 지키며 활동하기 위한 결단이었다. 그는 “밤의 여왕은 한창때만 잠시 맡을 수 있는 역할이라고 생각한다”며 “성악가의 목소리와 경력이 달라지면서는 소화해야 하는 역할이 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벨칸토 오페라에서 주요한 역할을 맡을 수 있는 가능성이 남아있기에 극한의 역할은 멈추고 성악가로서의 미래와 성장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2017년 내한 공연에 이어 이번 무대에서도 남편인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와 함께 듀엣으로 노래를 부른다. 도니체티의 오페라 ‘마리아 스투아르다’ 중 ‘오 나의 귀여운 탤벗’이다. 담라우는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오페라의 이야기와 캐릭터에 빠져들 수 있는 일은 너무나 큰 기쁨”이라며 “서로를 충분히 배려하고 이해하면서 공연할 수 있다는 것은 누구에게나 허용되지는 않는 귀중한 경험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공연에서는 불가리아 출신 지휘자 파벨 발레프가 지휘봉을 잡고, KBS교향악단이 연주를 맡는다. 성악가 없이 오케스트라가 5개의 곡을 연주한다.
담라우는 지난번 한국 공연 당시 가곡 ‘동심초’를 앙코르곡으로 선보여 열렬한 환호를 받았다. 이번에도 한국어로 된 노래를 기대해도 될까. “공연하는 나라의 언어로 노래를 부르는 도전은 너무나 멋진 일이에요. 개인적으로 그 일 자체에 대한 애정이 크죠. 일단은 최선을 다해보겠습니다. 하하.”
김수현 기자 ksoohy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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