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 회의에서 “친구 아니면 적이란 이분법으로 외교전에 나서서는 안 된다”며 “혹독한 실패로 끝난 ‘일본 퍼주기 외교’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고 밝혔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대일 ‘굴종 외교’ ‘다 퍼주기 외교’에 돌아온 것은 더 큰 굴종과 더 큰 청구서 금액이었다”며 “차라리 빈손 외교라도 좋으니 대형 폭탄은 몰고 오지 말라”고 날을 세웠다. 한·일 정상회담 등 외교 현안을 두고 여권 지지율이 하락하자 정부 외교 정책에 대한 압박 수위를 높인 것으로 해석된다. 지난 21일 민주당은 윤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무기 지원 가능성을 시사한 인터뷰를 놓고 “자해적 외교 폭탄”이라고 비판한 바 있다.
국민의힘은 민주당 주장을 ‘매국 행위’로 규정했다. 윤 대통령 미국 국빈 방문 첫날인 만큼 민주당 공세를 선제적으로 차단하려는 모습이다. 박대출 정책위원회 의장은 이날 최고위 회의에서 “외교 폄하는 매국이다. 민주당은 외교 폄하를 멈추길 바란다”며 “민주당은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딴지 걸 생각만 하는 듯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부를 향해 굴욕 외교라고 비난하면서 중국의 무례에 대해서는 왜 입도 뻥긋하지 않는가”라며 역공에 나섰다. 중국이 윤 대통령의 대만해협 관련 발언을 ‘말참견’이라고 비판한 것에 민주당이 침묵하고 있는 상황을 비판한 것이다.
김기현 대표는 이날 회의에서 “북한 눈치를 보며 미국과 중국 사이를 오락가락했던 문재인 정부의 한·미 동맹과는 차원이 다른 신뢰로 한·미 동맹을 다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유상범 수석대변인은 이날 논평에서 “대통령의 중차대한 방미를 앞두고도 민주당은 하루 전까지도 온갖 막말을 쏟아내며 정쟁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양길성 기자 vertig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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