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와 태양을 둘러싼 광대한 우주공간 속에는 딱 다섯 개의 특별한 지점이 있다. 그 이름은 ‘라그랑주 점’. 두 별의 중력이 상쇄돼 사실상의 ‘무중력 상태’를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공간이다.
라그랑주 점은 다누리호를 비롯한 우주선의 기착지, 우주 정거장이나 인공위성의 위치, 우주 개발의 거점 등으로 활용된다. 두 힘이 균형을 이루는 곳에서 새로운 꿈이 시작되는 것이다.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은 이런 사실에서 착안해 김상균(56)과 수잔 송(49)의 2인전에 ‘라그랑주 점’이라는 이름을 붙였다. 각각 독창적인 작품세계를 일군 중견 작가들임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 나온 두 명의 작품은 절묘한 균형과 조화를 이룬다.
김 작가는 건축물을 주제로 한 입체 작품들과 평면 작품을 선보였다. ‘건물은 인간의 꿈과 욕망을 고스란히 품은 존재’라는 게 그의 지론이다.
그래서 김 작가는 마천루나 제국주의 시대 건물 등 권위적인 건축물들을 모티브로 한 작품을 주로 제작한다. 이를 통해 작가는 근현대 역사와 도시의 삶에 대한 관심을 환기한다.
송 작가의 작품은 평면 위주다. 하지만 특수 제작한 캔버스, 의도적으로 연출한 착시 현상 덕분에 마치 입체와 비슷한 느낌을 준다. 이를 통해 ‘공간은 무엇인가’에 대한 답을 탐구했다는 설명이다. 전시는 다음달 20일까지 열린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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