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과 일본이 주요 7개국(G7)의 대(對)러 수출 전면 금지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24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주 G7 정상회의 준비를 위해 열린 회의에서 EU와 일본 대표들은 러시아에 대한 전면적인 수출 제재가 “실현 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리는 “우리의 관점에서는 단순히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라고 했다.
일본은 올해 G7 의장국으로, 다음 달 19~21일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의를 주관하고 있다.
G7은 이번 정상회의에서 소수 품목을 제외한 거의 전 품목의 대러 수출을 금지하는 새로운 제재안을 논의할 것으로 알려졌다. 부문별로 제재 품목을 정해둔 기존 시스템과 달리, 몇 가지 예외를 제외한 모든 품목에 제재를 적용하는 ‘네거티브(negative)’ 방식이다. 식품을 포함한 의약품과 농산물이 면제 리스트에 오를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에 대한 제재 강화는 미국이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내용은 G7 정상회의 성명 초안에도 반영됐다. FT는 “러시아는 서방 국가들로부터 계속해서 기술을 수입하고 있다”며 “ 미 정가에선 기존 제재 시스템이 허점투성이라는 지적이 많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튀르키예, 아랍에미리트(UAE), 그리고 몇몇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러시아에 대한 서방 국가들의 제재가 가해진 후 러시아와의 무역량을 늘렸다. 러시아가 제3국을 경유해 EU, G7 등이 생산하는 핵심 반도체와 첨단 기술 제품들을 들여오는 방식으로 서방 제재를 우회하고 있다는 것이다. 수입된 제품들이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쓰이는 장비?무기 생산에 사용되고 있다는 외신 보도도 있었다.
전쟁 장기화 국면에서 미국과 영국, EU 국가들의 최대 관심은 러시아에 대한 물 샐 틈 없는 제재를 통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을 압박하는 데 맞춰져 있다.
그러나 27개 회원국을 보유한 EU 내부에선 새 제재안이 기존 제재안의 효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EU는 지난해 2월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현재까지 수출입 제한 등을 주요 골자로 한 대러 제재 패키지를 총 10회 단행했는데, 그 과정에서 전체 회원국들의 합의를 이끌어내는 데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은 바 있다. EU가 제재 패키지를 시행하려면 회원국들이 만장일치로 동의해야 한다.
EU 관리들은 “전면 수출금지안은 또 다른 논쟁을 불러일으켜 이미 존재하는 제재 시스템을 뒤흔들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는 이와 관련해 “미국은 러시아에 전쟁의 책임을 묻는 방법을 계속해서 찾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NSC 대변인은 “지금껏 G7 파트너 국가들과 함께 러시아에 가한 수출 통제 조치는 주요 경제국에 가해진 것 중 최고의 강도”라며 “이는 러시아가 부당한 전쟁을 지속할 능력을 약화시키는 등 상당한 효과가 있었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G7 정상회의 성명에는 러시아가 기존 제재를 회피하거나 우회할 가능성을 차단하고, 금융 거래 기관 등을 통해 의도적으로 러시아에 전쟁 자금이 흘러들어가는 일을 막기 위한 다양한 제안들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G7은 계속해서 러시아산 에너지 수입을 줄이는 동시에 러시아산 금 수출을 통제하기 위한 추적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다.
장서우 기자 suwu@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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