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투스 소액주주들이 사측에 공개주주 서한을 발송하는 등 주주가치 제고를 요구하며 강도 높은 집단 행동을 펼치고 있다. 관계사인 컴투스홀딩스가 컴투스의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해 수익을 창출한 탓에 컴투스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는 게 주주들의 주장이다. 이 와중에 경영급 성과급 잔치를 벌이고 있다며 비판의 수위를 더해가고 있다. 주주들은 연합체를 결성하고, 사측에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할 것을 촉구하고 나섰다.
2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4일 컴투스의 종가는 6만9500원이었다. 작년 이맘때쯤 10만원을 웃돌던 주가는 6만원대로 내려왔다. 올해 들어 신작 모멘텀과 중국 정부가 그간 중단했던 외국산 게임에 대한 판호(게임 서비스 허가권) 발급을 허가했단 소식에 반등하나 했지만, 최근 윤석열 대통령의 대만 관련 발언 여파에 한중간 신경전이 고조되면서 상승세가 꺾였다. 연초 대비 컴투스는 전날 기준 16.61% 올랐지만, 이 기간 코스닥지수 수익률(25.9%)을 밑돌았다.
주가가 잇단 내리막을 걷자 주주들은 분노했다. 그리곤 소액주주 연합인 '주주행동모임'을 꾸려 사측에 공개주주 서한을 보냈다. 모임은 서한을 통해 △컴투스가 보유한 자사주 118만9868주 일체 즉시 소각 △에스엠엔터테인먼트 주식 43만7821주 처분으로 확보한 657억원의 현금을 활용해 연내 자사주 매입·소각 △주주행동모임과 논의해 사외이사 1인 및 감사 1인 신규 선임 △추가적인 주주가치 제고 논의를 위한 주주행동모임과의 월간 회의체 마련 등을 경영 정상화 방안으로 제안했다. 주주행동모임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15일 기준 개인주주 302명과 지분율 4.05%(52만1521주)를 확보했다.
주주들은 회사가 지난 8년간 어떠한 성과를 내지 못했으며, 송병준 컴투스 의장이 최대주주로 있는 컴투스홀딩스(옛 게임빌)와의 비합리적 거래가 그 원인 중 하나라고 봤다. 주주행동모임은 "컴투스가 확보한 IP을 컴투스홀딩스가 적정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고 활용하는 등 컴투스와 컴투스홀딩스 간 비합리적인 거래로 컴투스의 기업가치가 지속적으로 훼손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한 주주는 "컴투스홀딩스가 컴투스에서 퍼블리싱할 게임을 뺏어가 컴투스의 이익을 갉아먹고 있다"고 주장했다.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신작 '제노니아'의 경우 컴투스가 개발했지만, 퍼블리싱은 컴투스홀딩스가 맡는다.
주주행동모임은 또 "컴투스의 지분 투자를 통해 컴투스홀딩스가 IP를 활용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등 본인(송병준)이 대주주로 있는 컴투스홀딩스의 이익만 대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송 의장은 컴투스홀딩스 지분 33.21%(작년 말 기준)을 들고 있는 최대주주이고, 컴투스홀딩스는 컴투스 지분 29.38%를 보유하고 있다. 송 의장은 컴투스에 대한 지분은 없지만, 컴투스홀딩스를 통해 사실상 컴투스를 지배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송 의장을 비롯해 송재준 컴투스 대표가 수십억원대 보수를 챙겨 주주들의 원성은 더 커졌다. "주주 고혈을 빨아서 본인(송병준 의장) 배 채운다"는 지적까지 나왔다. 송 의장은 작년 급여 20억4000만원, 상여 7억원, 기타 근로소득 200만원 등 총 27억4200만원을 보수로 지급받았다. 전년(26억6200만원) 대비 3% 증가한 액수다.
상여 7억원은 경영성과급과 특별성과급으로 구성됐다. 경영성과급 4억원은 2021년 컴투스 및 각 해외법인 재무목표 달성도 및 전략과제 등을 기초로 평가됐다. 중장기 글로벌 비즈니스 전략, 게임 개발 및 사업에 대한 전략 등을 제시한 점도 고려됐다. 특별성과급 3억원은 2021년 위지윅스튜디오를 계열사에 편입 콘텐츠 확장에 기여한 점, 메타버스 플랫폼 '컴투버스'의 비전 선포, 블록체인 등 신사업 분야에 대한 투자와 연구개발 등을 평가해 산정됐다.
컴투스 관계자는 "모든 주주들의 의견을 소중히 경청하고 있다"며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다각도의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마련해 5월 1분기 실적발표시기에 밝힐 예정"이라고 전했다. 이어 "주주들이 제기하는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약속한대로 개인주주와의 미팅자리를 같은 시기에 함께 준비해 주주들이 궁금한 점에 대해 성실하고 자세하게 답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증권가에선 올해 컴투스의 전망을 밝게 보고 있다. 작년 8월 국내 출시한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 흥행이 예상보다 길어지고 있어서다. 신작 모멘텀도 유효하다고 봤다. 삼성증권, 교보증권, 대신증권 등 증권사들이 잇단 목표주가를 상향 조정한 배경이다.
김동우 교보증권 연구원은 "'서머너즈 워: 크로니클'은 2023년 4월에도 업데이트에 따라 평균 7~8억원 수준의 일매출을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며 "4월 마지막주부터 예정된 원펀맨 콜라보레이션 업데이트에 따라 2분기에도 견조한 매출 보일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2분기에도 '미니게임천국', '제노니아' 등 촘촘한 신작 출시가 예정돼 실질적인 이익 기여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며 "분기별 미디어 부문의 이익 개선도 이뤄지고 있는 데다 올해 2분기 게임 매출의 레벨업까지 더해지면 하반기 전사 영업이익의 흑자전환이 가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최근 3개월 내 국내 12개 증권사가 내놓은 컴투스의 예상 실적은 매출 8625억원, 영업이익 278억원이다. 전년 대비 매출 20.28% 증가, 영업이익은 흑자전환할 것으로 전망됐다.
신현아 한경닷컴 기자 sha0119@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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