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택, 종가, 서원 등 한국의 옛 문화의 원형을 주제로 사진작업을 이어온 이동춘의 사진전 '경치를 빌리다'가 25일 서울 삼청동 류가헌에서 개막했다. 집의 창과 문을 액자처럼 활용하여 밖의 경치를 감상하는 것이 한옥 건축미학의 절정으로 꼽히는 ‘차경(借景)’이다. 차경은 ‘경치를 빌린다’는 의미다. 자연을 건축의 일부로 편입하는 것이 아니라 잠시 빌려서 즐긴다는 것으로, 자연과 건축에 대한 한국적 철학이 담겨있다. 시시각각 변하고 계절에 따라 바뀌는 '차경'은 한옥이 제 안에 걸어둔 ‘살아있는 풍경화’다.
이동춘의 이번 전시는 한옥에 담긴 이런 풍경들만을 담은 것이다. 흰 창호지를 바른 문 한쪽에서 푸른 그늘을 드리운 설월당 앞 느티나무, 배롱나무꽃으로 진분홍 물이 든 병산서원의 들어열개문,펄펄 눈발이 날리는 광산김씨 예안파 종가의 사랑채 등 소박한 정취에서부터 빼어난 절경까지, 우리나라 곳곳의 오래된 고택들에서 담은 ‘차경’ 40여 점을 5월14일까지 선보인다.
이씨의 작품 속 우리의 전통 가옥들은 자연의 일부처럼, 주변의 풍경과 부드럽게 이어진다. 한옥에 한국인의 정서가 스며들어 있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이번 전시작들은 국가무형문화재 117호 한지장 김삼식 장인이 직접 만든 ‘문경한지’에 인화했다. 루브르박물관 복원지로 사용되는 문경한지 중에서도 이번 전시를 위해 특별히 제작한 맞춤한지를 사용했다.
신경훈 디지털자산센터장 khshi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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