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돈봉투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금품 살포의 최종 수혜자인 송영길(60) 전 민주당 대표에 대해 출국금지 조치했다.
25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는 송 전 대표를 출국 금지했다. 송 전 대표는 전날 프랑스 파리에서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검찰의 출국 금지 조치는 송 전 대표가 이 사건의 핵심 인물이라는 점, 사건 수사 초기 귀국 여부에 모호한 입장을 보이다가 당의 요청이 빗발친 이후 귀국한 사정 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송 전 대표는 지난 22일 파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다시 프랑스에 들어올 수도 있느냐'는 질문에 "모르겠다"며 즉답을 피했다.
검찰은 2021년 3∼5월 민주당 윤관석·이성만 의원,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 강래구 전 한국수자원공사 감사 등이 공모해 전당대회에서 송 전 대표를 당선시키기 위해 국회의원, 대의원 등에게 총 9400만원을 살포한 것으로 파악하고 수사 중이다. 이들 가운데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은 구속기소 됐다.
돈봉투 살포에 관여한 인물들은 모두 당시 송 전 대표 캠프에 참여한 인사들이다. 또한 돈봉투를 제공한 목적이 송 전 대표의 당선이란 점에서 검찰은 송 전 대표가 적극적으로 범행에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의심한다.
해당 녹취록에는 강래구 전 수자원공사 감사가 전당대회 20여일 전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이성만 의원이 준비한 것으로 인사했다고 그랬더니 송 전 대표가 잘했다고 격려했다'고 전했다는 내용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강래구 전 감사가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에게 "영길이 형이 어디서 구했는지 모르겠지만 많이 처리를 했더라"고 말하는 등 송 전 대표가 직접 금품을 건넸다는 취지의 말도 담긴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송 전 대표는 "후보가 그런 캠프의 일을 일일이 챙기기가 어려웠다"며 돈봉투 살포 사건의 지시·인지·묵인 의혹을 모두 부인하고 있다.
전날 이종배 국민의힘 서울시의원의 고발로 송 전 대표는 현재 피의자 신분이 됐다.
송 전 대표는 귀국 회견에서 "검찰이 주위 사람들을 불러서, 주변을 돌기보다는 오늘이라도 저를 소환하면 적극적으로 응하겠다"고 했지만, 실제 소환조사가 이뤄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검찰은 수사팀이 정해놓은 계획에 따라 강래구 전 감사 등 공여자 조사부터 진행한 뒤 금품을 수수한 국회의원을 특정하는 작업을 거쳐 종착지인 송 전 대표 조사까지 나아간다는 방침이다.
검찰은 구속영장이 기각된 강래구 전 감사를 이날 다시 소환해 혐의 사실에 대해 보강수사하고 있다. 송 전 대표의 보좌관을 지낸 박모씨, 강 전 감사에게 돈을 대준 '스폰서' 김모씨도 소환 대상이다.
검찰은 송 전 대표의 조기 귀국으로 조직적 증거 인멸 우려가 더 커졌다고 보고, 보강수사 결과를 토대로 조만간 강 전 감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할 계획이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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