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5일 15:57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홍콩계 사모펀드(PEF)운용사인 앵커에쿼티파트너스(앵커PE)가 국내 중소 화장품사인 더마펌의 매각을 추진한다. 예상 매각가는 약 2000억원 내외다.
25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앵커PE 측은 더마펌의 경영권 매각을 위해 국내외 PEF 등 원매자들과 접촉에 나섰다. 지난해 말 기준 이 회사의 지분은 앵커가 68%, 창업자인 차훈 전 대표가 25%를 보유해 2대주주에 올라 있다.
더마펌은 주로 피부과 등 병원에서 다루는 고기능성 더마화장품을 생산하는 기업이다. 미국 오하이오주립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차 전 대표가 2001년 캐나다 화장품업체 클레이튼샤갈의 한국 지사장으로 부임했다가 이듬해 지사를 직접 인수해 사업을 시작했다. 이 때 더마펌으로 사명을 바꿨다. 국내보다 중국 등 해외에서 더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지난해 중국 최대 쇼핑행사인 광군제 기간에만 208억원의 매출을 기록하기도 했다.
앵커PE는 2019년 이 회사 지분 15%를 확보해 2대 주주에 오른데 이어 2020년 한차례 증자를 통해 최대주주에 올랐다. 전체 투입 대금은 1000억원 안팎이다. 이후 2019년 인수한 또 다른 화장품사인 더블유랩(법인명 와우벤처스)를 더마펌의 100% 자회사로 편입해 지배구조를 정비했다. 올해 초 더블유랩은 NHN커머스에 매각해 일부 대금을 회수했고, 이번 매각으로 전체 투자금 회수를 꾀하고 있다.
다만 앵커PE의 인수 이후 회사의 실적이 지속적으로 하락세를 보인 점은 고민거리로 남았다. 2019년 매출 387억원, 영업이익 201억원을 기록한 회사는 2021년 매출은 527억원까지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72억으로 감소했다. 지난해엔 매출 481억, 영업이익 12억에 그치며 매출과 이익이 동반 내리막세다.
IB업계 관계자는 "주요 시장인 중국 현지 화장품 기업들의 성장세가 두드러진 데다 코로나19 공백을 매우기 위한 고급 화장품 브랜드들이 공격적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며 고전한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시장 내 브랜드인지도가 높은 점을 눈여겨본 동종 기업 혹은 PEF들이 관심을 보일 수 있겠지만 실적 개선을 증명하지 못하면 매각이 쉽진 않아보인다"고 말했다.
앵커PE는 포트폴리오 기업들 상당수가 실적 부진에 빠져 자금 회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특히 E커머스 플랫폼인 티몬과 온라인 강의업체 이투스교육, 중소게임사인 라인게임즈 등이 실적 부진으로 자금 회수가 원만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진행하던 마켓컬리의 IPO도 실패했다. 2013년 첫 투자한 콜센터 기업인 메타엠도 주관사를 교체해 매각을 재추진 중이다.
차준호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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