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여성이 반려견 덕분에 장기 기증자를 찾게 됐다는 기적 같은 사연이 전해져 화제다.
24일(현지시간) 영국 BBC 등은 최근 장기 이식 수술을 받은 루시 험프리(44)의 이야기를 보도했다.
험프리는 만성 염증성 자가면역질환인 루푸스병으로 15년간 투병해오던 중 신부전 진단을 받았다. 그는 "2019년 병원에서 신장 이식 없이는 5년 밖에 살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며 "완벽하게 맞는 신장을 기증받는 건 2200만분의 1의 확률이라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투병 생활을 이어오던 험프리는 지난해 6월 연인 케니드 오웬(49)과 함께 반려견인 도베르만 두 마리를 데리고 여행을 떠났다. 두 사람은 당초 해안 휴양지인 에버리스트위스를 방문하려고 했으나, 험프리의 몸 상태가 좋지 않아 계획을 변경했다. 집에서 가까운 배리 지역의 해수욕장에 가기로 한 것이다.
험프리는 적당한 곳에 캠핑카를 주차하고 바비큐를 준비하던 중 반려견 인디가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는 "인디가 100야드(약 91m) 정도 떨어진 거리에 있던 한 여성에게로 달려갔고, 계속 그 여성과 우리 사이를 왔다 갔다 했다"며 "도베르만이 덩치가 커서 다른 이들에게는 위협적으로 느껴질 수 있기 때문에 우리는 계속 인디를 불렀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이어 "아무리 불러도 인디가 오지 않아, 우리는 결국 그 여성에게 사과하러 갔다"고 했다.
험프리가 말한 여성은 이 지역 출신의 케이티 제임스(40)였다. 그는 제임스에게 사과를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게 됐고, 저녁 바비큐 파티에 그를 초대했다고 한다.
바비큐 파티에서 제임스는 험프리에게 술을 같이 마시겠냐고 제안했다. 험프리는 "신장 이식을 기다리고 있고, 현재 투석 중이라서 마실 수 없다"고 하자 제임스는 깜짝 놀라며 "나는 얼마 전에 신장 기증 등록을 했다"고 말했다고 한다.
누구에게 기증하기로 했냐는 질문에 제임스는 "누구든 원하는 사람에게 기증할 것"이라고 답했다. 험프리는 제임스와 연락처를 교환하고, 바로 다음날 장기 기증을 관리하는 코디네이터에게 연락했다. 이후 제임스는 절차에 따라 여러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제임스의 신장이 험프리에게 적합하다는 판정을 받았다고 한다.
결국 험프리는 지난해 10월 성공적으로 이식 수술을 받았다. 험프리는 "인디가 제임스를 선택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며 "나는 정말 이식 수술이 필요했다. 이건 내 인생을 완전히 바꿔놨다"고 기쁜 마음을 드러냈다.
제임스는 "험프리를 알게 돼 정말 행운이라고 생각한다"며 "이식이 성공적이었고, 덕분에 험프리가 자신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내게 나쁜 점은 하나도 없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건 내가 살면서 제일 잘한 일"이라며 "나 자신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신현보 한경닷컴 기자 greaterfoo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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