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구 압구정 아파트 재건축의 밑그림을 담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안이 나왔다. 압구정 아파트지구에 ‘서울 랜드마크’를 조성하기 위해 서울시가 직접 그린 초안이다. 이 기획안대로라면 50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서 한강변 스카이라인이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압구정3구역과 성동구 서울숲을 잇는 보행교를 만들자는 제안도 기획안에 담겼다. 기획안을 압구정 2~5구역 조합들이 받아들이면 심의를 거쳐 정비계획이 확정된다.
압구정 아파트지구는 6개 특별계획구역으로 구성된다. 이 중 2~5구역만 2021년 12월부터 신통기획에 참여하고 있다. 4개 구역(면적 70만6561㎡)에 포함된 아파트는 19개 단지, 8430가구다. ‘압구정 현대아파트’가 모두 이 구역에 속한다.
서울시 기획안에 따르면 압구정 3구역은 재건축 후 가구 수가 3946가구에서 5810가구로 늘어날 전망이다. 2구역은 1924가구에서 2700가구로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3구역 조합은 내년까지 정비계획이 확정되면 시공사 선정에 이어 2026년 조합원 분양을 실시할 계획이다. 착공은 2027년, 준공은 2031년께 이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번 신통기획안에는 높이 50층짜리 아파트를 건축하는 내용이 담겼다. 한강변 전면부 아파트는 20층 높이로 제안됐다. 올초와 지난달 서울 내 아파트 ‘35층 룰’과 한강변 아파트 ‘15층 높이 제한’이 폐지됐기 때문이다. 3구역의 평균 용적률은 각종 기부채납 조건을 채웠을 때 222%에서 최대 322.6%까지 높일 수 있다. 2구역은 최대 300%까지 가능하다. 명노준 서울시 신속통합기획과장은 “기획안은 시뮬레이션일 뿐 높이 제한은 없다”며 “50층으로 계산했지만, 창의적 디자인을 반영하면 그 이상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실제로 3구역 조합은 70층짜리 4개 동을 추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지난 2월 “혁신 디자인이 적용되는 특별계획구역 건축물에는 용적률을 120% 상향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시도다.
지하철 3호선 압구정역 인근은 ‘초고층’ 건물이 들어설 수 있게 됐다. 용도지역이 제3종 일반주거지역에서 준주거지역으로 종상향되면서 용적률이 300%에서 500%로 높아졌기 때문이다.
압구정~서울숲을 잇는 보행교를 주민의 기부채납으로 신설하는 방안도 담겼다. 첨단 정보기술(IT) 단지로 조성 중인 삼표레미콘 부지와 서울숲·강남을 이어 대표 관광명소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단지 중앙을 가로지르는 도로는 없애고, 단지 외부 순환도로와 한강변 덮개공원을 조성하기로 했다.
기부채납에 따른 주민 부담은 쟁점이 될 전망이다. 서울시가 추산한 보행교 사업비는 2500억원에 달한다. 단지 한가운데 있는 압구정초교를 옮기는 비용으로도 1000억원이 예상된다. 이 비용을 전액 주민이 부담해야 하는 상황이다. 2구역 설명회에서는 한강 수변공간과 단지를 잇는 보행교를 주민들이 문제 삼기도 했다.
박진우/이유정 기자 jw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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