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통장을 설계한 네이버파이낸셜과 하나은행 측은 금융위에 신설 계좌 수를 늘려달라고 요청하기로 했다. 하지만 두 회사는 언제, 얼마만큼 계좌 수가 늘어날지 소비자에게 정확히 알리지 못하고 있다. 모두 금융위의 손에 달려 있어서다.
네이버 통장은 간편결제 서비스인 네이버페이에서 선불로 충전한 돈을 예금자보호가 되는 하나은행 계좌에 보관하는 혁신 상품이다. 과거 머지포인트 사태처럼 고객이 맡긴 선불 충전금이 휴지 조각이 되는 사례가 있었다. 소비자 입장에선 선불 충전금을 자기 계좌에서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다. 또 네이버페이로 결제 시 포인트 혜택을 얻고, 하나은행에선 이자를 받는다. 테크 기업과 은행이 손을 잡은 사례로 골드만삭스와 제휴한 애플의 ‘애플통장’에 견줄 만하다는 평가가 많다.
하지만 네이버 통장은 현행법상 불법이다. 금융당국이 비은행에 예·적금 상품 판매 중개를 허용하지 않고 있어서다. 혁신금융서비스라는 특례제도를 통해 상품이 출시되기는 했지만, 사업이 지속 가능할지는 미지수다. 금융위에 2년 뒤 성과를 보고하고 재허가를 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네이버 통장뿐 아니다. 음악 저작권에 ‘조각 투자’하고 거래할 수 있는 세계 최초 플랫폼인 뮤직카우도 비슷한 처지다. 지난해 9월 혁신금융서비스에 지정된 뒤 본격 사업 재개를 앞두고 있지만, 내년 9월이면 또다시 금융위로부터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국 조사업체 CB인사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기업가치가 10억달러 이상인 세계 유니콘 기업 1066개 중 20.8%가 핀테크 회사였다. 핀테크 유니콘 1위인 온라인 결제 플랫폼 기업 스트라이프는 기업가치가 950억달러(약 126조원)에 달한다. 하지만 한국에서 핀테크 유니콘은 토스 운영사인 비바리퍼블리카가 유일하다. 기업가치는 스트라이프의 10%에도 못 미친다.
해외 핀테크 기업이 혁신의 속도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몸값을 키우고 있을 때 국내 핀테크 기업은 당국의 허가를 받기 위해 서류 만드는 데 시간을 쏟고 있는 처지다. 혁신보다 허가가 더 중요한 한국의 핀테크 생태계에서 세계적인 기업이 나올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무리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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