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에 따르면 디지털 자산 1억원 이상 고객 수는 2019년말 3만8197명에서 2022년말 약 22만5000명으로 3년간 5배 넘게 불어났다. 삼성증권 계좌 잔액을 1억원 이상 유지하고 전담 자산 관리자를 두지 않으면서 주거래를 디지털로 하는 고객들을 집계한 수치다.
운용 자산도 늘었다. 계좌 평균 자산은 2019년말 1억6500만원에서 2022년말 4억3000만원으로 2.6배 증가했다. 이들 고객들의 부동산, 예금 등을 포함한 총자산은 이런 투자자산의 최소 10배 이상이라는 게 증권가 분석이다. 부자들의 평균 연령이 젊어진 점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2019년 말 51세였던 평균연령이 불과 3년만에 45.6세로 6세 낮아졌다. 오현석 삼성증권 디지털자산관리본부장은 “의사, 세무사 등 전문직이나 스타트업 경영, 코인·주식 투자 등으로 비교적 젊은 나이에 상당한 부를 일군 신흥 부자들이 최근 디지털 고객으로 활발히 편입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증권 전체 디지털 부유층의 평균 자산 비중과 비교하면 해외 주식 비중은 평균(5%) 대비 두배 이상이다. 채권 투자 비중은 전체 평균(5%)의 6%에 그치는 반면 현금 비중은 15.3%로 전체 평균(10%)보다 50% 이상 많다. 오 본부장은 “10억원 이상을 거래하는 초부유층도 30대의 경우 상대적으로 위험자산 투자에 적극적”이라고 귀띔했다. 이런 30대 디지털 부유층은 전 연령대를 통틀어 가장 빠르게 늘고 있다. 삼성증권의 디지털 부유층 중 30대는 2019년 3660명에서 2022년말 3만4665명으로 3년간 10배 가까이 급증했다.
40대는 지난해 말 기준 6만117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3년 전 1만1404명에서 5.5배 늘었다. 2019년 1만4988명으로 당시 비중이 가장 높았던 50대는 2022년말 6만117명으로 집계됐다. 전체에서 두번째로 비중이 높은 연령대다.
송정은 삼성증권 디지털SNI팀장은 “은행과 증권사들이 인구감소 등 여파로 지방 지점수를 줄이는 반면 모바일 거래에 익숙해진 노령층이 늘어나면서 지방의 디지털 부유층 고객이 자연스럽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전자산으로 여겨지는 채권 상품 거래가 활성화된 것도 이런 노년층 부자들을 끌어들이는데 일조했다. 삼성증권의 디지털 고객 대상 채권 판매액은 2019년 101억원에서 2022년 1조2899억원으로 3년간 약 127배 늘었다.
특히 주부들이 폭발적으로 늘었다는 게 현장의 설명이다. 직업을 주부라고 밝힌 1억원 이상 디지털 고객은 2019년 2383명에 그쳤지만 2022년말엔 1만여명으로 늘었다. 40대 주부들의 평균 자산 배분은 △국내주식 70.6% △해외주식 7.3% △금융상품 3.0% △채권 2.1% △현금 17% 등으로 조사됐다. 40대 주부들의 해외 주식 비중이 전체 평균(5%)보다 높은 것이 눈에 띈다. 투자 자산 다변화에 대한 수요로 분석된다.
투자 다각화는 전체 디지털 부유층을 꿰뚫는 특징이다. 2019년말 82%에 달했던 디지털 부유층의 국내주식 투자 비중은 2022년말 75%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해외 주식 비중이 0.7%에서 5%로, 채권 비중도 0.4%에서 5%로 각각 높아졌다.
좌동욱 기자 leftki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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