힐튼·조선…판교에 부는 '고급호텔 바람'

입력 2023-04-26 17:34   수정 2023-05-04 16:13

요즘 호텔업계에서 가장 ‘핫’한 지역은 판교다. 코로나19 전까지만 하더라도 ‘고급호텔 공백지대’였던 이곳엔 2020년부터 ‘조선 그래비티서울(2020년 12월)’ ‘나인트리프리미어(2021년 7월)’ 등의 고급호텔(4~5성급)이 잇달아 들어섰다.

경기 남부권 유일의 5성급 호텔 ‘더블트리바이힐튼’이 지난 11일 오픈한 건 그 절정이었다. 업계에서 4성급이 될 것으로 예상하는 ‘베스트웨스턴’도 올해 추가로 선보일 예정이다.
MICE 수요 정조준

경기도에선 코로나19 사태에도 불구하고 ‘판교 약진’ 등의 요인으로 최근 3년간 호텔 개수가 증가했다. 26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2019년 말 123개였던 경기도의 관광호텔 수는 2022년 말 131곳으로 늘었다. 같은 기간 서울에선 333곳에서 326곳으로 줄어들었다.

호텔업계가 최근 3년간 잇달아 판교에 새 사업장을 낸 가장 큰 이유는 수익성과 직결되는 지역 내 비즈니스 행사 수요가 충분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교에는 테크노밸리를 중심으로 네이버, 카카오 등 주요 정보기술(IT) 기업에 8만여 명이 근무한다. 최근 문을 연 판교의 고급호텔들은 이를 고려해 모두 연회시설을 갖췄다.

성남시가 MICE(기업회의·포상관광·컨벤션·전시회)산업을 키우려는 의지가 크다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성남도시개발공사는 분당구 정자동 1번지 일원 백현지구 시유지(20만6350㎡)에 전시·컨벤션, 관광 등 기능을 갖춘 MICE 복합단지를 조성할 예정이다. 목표 준공 시점은 2028년 하반기로, 복합단지에는 4성급 이상 호텔이 하나 더 들어선다.
젊은 인구 많아
판교에 ‘영앤리치’가 늘어나면서 서울로 나오지 않고 지역 내에서 ‘호캉스(호텔+바캉스)’를 즐기고 싶어 하는 수요가 많아진 것도 기회 요인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1년 기준으로 판교가 속해 있는 성남시의 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시 전체 인구의 73.6%로, 전국 평균(71.0%)보다 2.6%포인트 높다.

새 호텔들은 호캉스족을 염두에 두고 수영장, 헬스장 등 부대시설을 갖췄다. 조선 그래비티는 2020년 개관 당시 판교 지역 내 최초로 수영장을 갖춘 호텔이었다.

이듬해 문을 연 나인트리프리미어 역시 판교 지역에 수영장이 거의 없다는 점을 고려해 시설을 계획했다. 인접한 복합 쇼핑몰인 ‘파미어스몰’과 연결되도록 설계한 것 역시 호캉스족이 ‘몰캉스(몰+바캉스)’를 함께 즐길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업계에선 가장 최근 문을 연 5성급 더블트리바이힐튼에 판교를 비롯해 분당, 용인, 동탄 등의 젊은 층 호캉스 수요가 몰릴 것으로 본다. 한국관광공사의 호텔 등급 평가 기준에 따르면 5성급은 조식을 제공하는 레스토랑이 3개 이상 있어야 한다. 젊은 호캉스족의 구미를 당길 만한 요인이다.
구인난 문제도 해결 가능
일할 수 있는 젊은 인구가 많고, 인근 도시와 접근성이 좋은 점은 운영 측면에서의 매력 포인트다. 호텔업은 젊은이들 사이에 저임금·고강도 업종이라는 인식이 확산해 인력 확충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텔업계 관계자는 “인구가 충분하지 않은 지역의 경우 호텔 개관 시 직원확보 문제가 호텔 운영에 걸림돌이 되는 경우가 많다”며 “판교는 그 자체로 젊은 인구가 많은 데다 인근 분당, 용인, 동탄 등으로의 출퇴근도 편리해 우수인력 유치에 어려움이 없을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이미경 기자 capit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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