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사업 분야 성장이 두드러지는 기업으론 KCC를 꼽을 수 있다. 2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KCC는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 6조7748억원, 영업이익 4676억원을 기록했다. 각각 전년 대비 15.3%, 20.2% 증가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실적 개선을 이끈 것은 실리콘 사업이다. 지난해 매출의 54.75%(3조7091억원)가 실리콘 사업에서 발생했다.
도료와 건자재 제조사로 널리 알려진 KCC가 실리콘 제조사로 변신하게 된 계기는 2019년 말 세계 3대 실리콘 회사인 모멘티브를 인수한 것이다. 2019년까지 KCC 매출은 도료(50.1%)와 건자재(28.1%)가 80% 가까이 차지했다. 실리콘 비중은 10.1%에 불과했다. 하지만 모멘티브를 인수한 뒤 2020년 실리콘 매출이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며 KCC는 사실상 ‘실리콘 제조사’가 됐다. 도료 매출 비중은 20%대 초반으로 떨어졌다.
KCC가 도료 비중을 낮춘 것은 부동산 경기 악화로 도료 시장이 위축됐기 때문이다. 부동산 경기 침체로 최근 3년간 10% 이상 성장을 지속했던 재도장 시장마저 꺾이면서 변신을 더는 미룰 수 없었다. 국내 페인트 시장 규모는 2019년 4조3707억원대에서 2024년에는 3조4064억원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보일러업계 대표주자인 귀뚜라미그룹도 일찌감치 냉방 공조·에너지 등 비(非)보일러 분야로 다각화에 성공했다. 그룹에서 주력이던 난방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해 30% 아래로 떨어졌다.
비보일러 분야를 중심으로 매출 증가세가 뚜렷했다. 2차전지용 드라이룸 공급 국내 1위 업체인 계열사 신성엔지니어링은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53.8% 증가한 2595억원을 기록했다. 이와 함께 냉각탑 국내 1위 귀뚜라미범양냉방(전년 대비 22.2% 증가), 원자력 발전용 냉동 공조기 국내 1위 센추리(10.9% 증가) 등도 고성장세를 이어갔다. 이들 외에 귀뚜라미에너지, 닥터로빈 등의 매출까지 합하면 비보일러 분야 매출은 1조원대로, 그룹 전체 매출(1조6000억원)의 60%에 달했다. 귀뚜라미 관계자는 “2000년대 들어 보일러 내수시장 규모가 연 120만~130만 대 수준으로 정체됐다”며 변신 배경을 설명했다.
이 외에 국내 농기계 1위 대동은 기존 농기계 분야 외에 모빌리티와 로봇산업, 스마트팜 사업에 힘을 주고 있다. 코웨이, SK매직, 교원웰스, 쿠첸, 쿠쿠, 세라젬 등이 기존 주력 제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사업 영역 다각화에 힘을 쏟는 추세다.
이정희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는 “시장이 성숙하고 성장성이 둔화했을 때 사업 다각화가 활성화된다”며 “매출 다변화를 꾀하는 움직임은 더 활발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강경주 기자 quraso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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