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은 모래인가, 모래를 그린 그림인가. 서울 한남동 갤러리BHAK에서 김창영 작가(66)의 작품을 처음으로 만난 관객들은 이런 궁금증을 품게 된다. 지금 이곳에서는 김 작가의 개인전 ‘모래극 Sand Play’가 열리고 있다.
정답은 ‘둘 다’. 그의 모래극 연작은 캔버스에 접착제로 모래를 붙이고 그 위에 그림을 그리는 방식으로 완성된다. 극사실주의 기법으로 그린 모래는 진짜 모래와 ‘모래의 이미지’ 사이를 오가며 관람객들에게 모래놀이를 하는 듯한 즐거움을 준다.
이 작가는 1978년 부산 해운대 모래밭을 거닐다 모래사장에 찍힌 수많은 발자국들이 하룻밤 사이 파도에 밀려 말끔히 지워지는 모습을 봤다. ‘만져지지만 만지는 순간 손에서 빠져나가는 것이 마치 우리네 덧없는 인생 같다.’ 작가는 생각했다. 그리고 그 덧없음을 기록으로 남기기 위해 모래를 이용한 작업을 시작했다.
생성과 소멸, 존재에 대한 성찰이 담긴 그의 작품은 국립현대미술관을 비롯한 여러 기관에 소장돼 있다. 서울 광화문 SFC에도 대형 작품이 걸려 있다. 이번 전시는 5월 27일까지 열린다. 일요일과 월요일은 휴관한다.
성수영 기자 syou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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