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사기 피해자에 우선 매수권 주고 경매자금도 전액대출

입력 2023-04-27 10:46   수정 2023-04-27 10:47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자를 지원한다. 피해자로 인정되면 세 들어 살던 집이 경매로 나올 때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한을 준다. 피해자가 집을 낙찰받으면 4억원 한도 내에서 낙찰자금도 대출해준다. 피해자 지원을 위해 제정하는 특별법은 공포 후 즉시 시행된다. 시행 이후 2년간 유효하다.

27일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정부는 '전세사기 피해자 지원 및 주거안정 방안'을 발표했다. 특별법 적용 대상은 △대항력을 갖추고 확정일자를 받은 임차인 △임차 주택에 대한 경·공매 진행 △면적·보증금 등을 고려한 서민 임차 주택 △수사가 개시되는 등 전세사기 의도가 있다고 판단되는 경우 △다수의 피해자가 발생할 우려 △보증금 상당액이 미반환될 우려가 있는 경우로 정했다. 6가지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 한다.

요건에 모두 부합해 피해자로 인정되면 직접 경매 유예 및 정지를 신청할 수 있다. 당장 경매를 유예해 살던 집에서 쫓겨나지 않은 상태에서 피해자는 살던 집을 매수하거나 이대로 거주하는 2가지 선택을 할 수 있다.

경매에서 임차주택을 떠안는 방법으로 보증금을 일부라도 건져야 하는 피해자는 우선매수권을 준다. 세입자가 사는 주택이 경매에 넘어가 제3자에게 낙찰 돼도 세입자가 낙찰금을 법원에 내면 먼저 매수할 수 있는 권리다.

정부는 낮은 금리로 낙찰 자금을 지원한다. 디딤돌대출에 전용 상품을 만들어 연 1.85∼2.7%에 최대 4억원까지 대출해준다. 만기는 최장 30년이다. 통상 1년인 거치 기간은 3년으로 연장한다. 다만 이 대출도 요건이 있다. 소득이 연 7000만원(부부합산) 이하여야 한다. 요건에 벗어나면 대출을 이용할 수 없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금리를 0.4%포인트 우대받아 연 3.65∼3.95%에 최대 5억원을 대출받을 수 있다. 민간 금융사는 전세사기 피해자를 대상으로 주택담보대출비율(LTV)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등 가계대출 규제를 1년간 한시적으로 완화한다. 4억원 한도 내에서 LTV 100%를 적용해 낙찰가 전액을 대출받을 수 있다.

피해자가 새로운 집을 구입할 때는 LTV 80%를 적용한다. DSR과 DTI(총부채상환비율)는 적용하지 않는다. 빌린 주택을 낙찰받으면 취득세를 200만원 한도 내에서 면제한다. 3년간 재산세도 감면한다. 전용 60㎡ 이하면 재산세를 50%, 전용 60㎡를 넘으면 25%를 줄여준다.

피해자가 여력이 부족하거나 해당 주택 매수 의지가 없어 우선매수권을 포기하면 LH가 세입자로부터 권한을 넘겨받는다. LH는 해당 집을 산 후 피해자에게 임대한다. 전세사기 피해자는 요건 상관없이 매입임대주택 입주 자격을 부여받는다. LH 매입임대는 2년 단위로 계약을 갱신해 최대 20년까지 살 수 있다. 임대료는 시세의 30∼50% 수준이다. LH가 임차 주택을 매입하지 못한 피해자는 인근 지역 유사 공공임대주택에 입주할 수 있는 자격을 준다.

경·공매로 이미 집이 넘어간 피해자는 공공임대주택 우선 입주하고 저리 대출 지원을 받을 수 있다. 정부는 재난·재해 긴급복지 지원제도를 전세사기 피해 가구에도 적용해 생계비(월 62만원), 주거비(월 40만원) 등을 지원하기로 했다. 또 연 3%의 신용대출을 최대 1200만원 한도 내에서 지원한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로서 이미 정부에서 제시했던 전세사기 재발방지 방안을 시행하고 실행과정에서 제기되는 추가 문제를 보완 수정하는 것이 최선"이라면서 "전세사기 피해자들에게 있어 당장의 주거 안정이 큰 도움이 되는 만큼 정부의 발표 내용은 긍정적인 정책 시도"라고 평가했다.

이송렬 한경닷컴 기자 yisr0203@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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