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창정이 당했다고? 나는 망했다"…개미들 '패닉'

입력 2023-04-27 11:26   수정 2023-04-27 11:30


외국계 증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발 하한가 사태가 나흘째 이어지고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가수 임창정에 이어 동료 가수도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2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대성홀딩스와 서울가스는 4거래일 연속 가격제한폭으로 떨어졌다. 전날까지 사흘 연속 하한가를 기록했던 삼천리도 20% 넘게 폭락하고 있다. 이 종목들은 모두 SG증권 창구를 통해 대량 매도 물량이 집중돼 최근 주가가 급락했다. 사태 발생 전인 지난 21일 종가 대비 각각 70% 넘게 하락하고 있다. 시가총액도 각각 1조원 이상씩 증발했다.

시장에선 이번 사태를 두고 특정 작전 세력이 SG증권 차액결제거래(CFD) 계좌를 사용해 주가를 끌어올리다가 알 수 없는 사유로 일제히 매물을 쏟아내 주가가 급락했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CFD는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기초자산의 진입가격과 청산가격 간 차액을 현금으로 결제하는 장외 파생상품이다. 전문투자자만 거래할 수 있으며 40% 증거금으로 최대 2.5배까지 레버리지를 일으킬 수 있다. CFD 거래는 증권사 명의로 이뤄지기 때문에 금융투자 창구로 기록된다.

이번 사태엔 연예인도 다수 연루된 것으로 드러났다. 앞선 JTBC 뉴스룸 보도에 따르면 가수 임창정씨는 주가조작 세력에 투자했다가 이번 사태로 막대한 피해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주가조작 세력에게 30억원을 투자하고 자신과 아내의 신분증을 맡겨 대리투자 할 수 있도록 했으나 투자액의 대부분을 날렸다고 밝혔다. 전날 동료 가수 A씨도 피해를 호소했다. A씨는 임창정씨를 믿고 투자했는데, 주가조작 일당이 자신의 계좌를 운영하고 있어 매도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JTBC 보도에 따르면 임창정씨는 주가 조작 세력에 가담했다는 의혹에 대해 자신도 명백한 피해자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들을 보는 개인 투자자들의 눈빛은 싸늘하다. 개인 투자자들도 녹아내리는 계좌를 감당하기 어렵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번 사태에 연루된 종목의 토론방에선 임창정을 향한 원망의 목소리도 나온다. '임창정은 피해자가 아니라 공범 아니냐', '임창정은 복구 가능하겠지만 나는 망했다', '돈 벌었어도 피해 호소할 거냐' 등의 의견이 올라오고 있다.

금융당국과 검찰은 조사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남부지검은 작전세력 10명을 출국 금지 조치했고, 금융위원회는 주가조작 일당들에 대한 집중 조사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금융위 관계자는 "개별 사안에 대해 따로 말할 수 있는 내용은 없다"며 "조사 여부에 대해서도 언급이 불가하다"고 밝혔다.

금융감독원도 간담회를 열어 긴급 점검에 나선다. 28일 함용인 자본시장·회계 부원장이 주재하는 증권가 최고경영자(CEO) 간담회가 열린다. 업계에선 서유석 금투협회장과 국내 34개 증권사 CEO 또는 고위 임원이 참석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이번 사태의 여파는 주식 시장 전반에 확산하고 있다. 이날까지 코스피는 6거래일 연속 하락하고 있다. 증시에 불확실성이 확대돼 투자심리가 쪼그라든 탓이다. 황준호 상상인증권 연구원은 "SG증권 사태로 주요 증권사가 신용대출을 중단하고, 증거금률을 올려 투자심리가 위축됐다"며 "신용융자로 과열 조짐을 보였던 2차전지 관련주가 약세를 보였다"고 말했다.

진영기 한경닷컴 기자 young71@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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