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 보수 인상을 최소화하겠습니다. 감사 대상 기업과의 상생에 더욱 힘쓸 생각입니다.”
국내 최대 회계법인인 삼일회계법인의 윤훈수 현 최고경영자(CEO·사진)가 27일 연임을 확정 지었다. 그는 이날 열린 삼일회계법인 총회의에서 차기 CEO 후보로 단독 입후보해 파트너들의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윤 CEO는 오는 7월 1일부터 4년간의 새 임기를 시작한다. 그는 지난 3년 동안 삼일회계법인을 이끌면서 감사 분야에서 선두 지위를 굳건히 지켰고 인수합병(M&A) 자문 등 비(非)감사 분야에서도 비약적인 성장을 일궈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CEO는 연임 확정 후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신(新)외부감사법을 악용한 부당한 감사 보수 인상을 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2018년 말부터 국내에선 신외감법이 시행됐다. 기업과 회계법인 간 유착을 막아 회계 투명성을 높이자는 취지다. 이에 따라 주기적 감사인 지정제, 표준감사시간제 등이 도입됐다. 하지만 법 시행 후 상장사 감사비용이 급증하면서 기업과 회계업계 간 갈등이 커지고 있다.
윤 CEO는 신외감법 도입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부작용을 보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감사 환경을 바꾸기 위해 지정감사제도 등 극단적인 방법이 필요했다”면서도 “지나친 감사비용 인상 등 부작용을 해결하기 위해 직권 지정 유형을 줄이고 지정 대상 기업도 최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윤 CEO는 금융회사 등 국내 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적극 돕겠다고 밝혔다. 그는 “특히 동남아시아 관련 M&A 등에 대한 자문을 주선하는 데 집중하겠다”며 “이 과정에서 삼일의 제휴 법인인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의 멤버십을 적극 활용하겠다”고 했다.
윤 CEO는 “삼일에서는 M&A 등의 업무만 하는 전문가가 600명 이상”이라며 “삼일이 중심이 된 ‘동남아 PwC 딜(deal) 센터’는 2019년부터 2021년까지 동남아 지역에서 가장 많은 M&A를 성사시켰다”고 강조했다.
내부 역점 사업으로는 감사업무 등의 디지털 전환 작업을 꼽았다. 단순하고 반복하는 감사업무는 인공지능(AI) 등에 맡기고 회계사들은 분석 및 판단 업무에 더 집중할 수 있는 업무 환경을 조성해 감사 품질과 안정성을 제고하겠다는 것이다. 윤 CEO는 “디지털 전환 관련 투자를 대폭 늘려 성과를 내겠다”며 “자동화 솔루션을 개발해 새로운 수익도 창출하겠다”고 했다.
삼일은 회계감사 효율성을 높이는 자동화 솔루션인 ‘로보틱 플랫폼’을 출시했다. 올 상반기엔 자금 흐름 이상 징후를 찾아내는 솔루션을 추가할 예정이다. 윤 CEO는 “삼일은 이들 솔루션을 중소 회계법인과 회계 인력이 부족한 중견·중소기업에도 구독 서비스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이라며 “국내 1위 회계법인으로 신뢰 사회를 구축하는 데 기여하겠다”고 말했다.
이동훈/선한결 기자 leedh@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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