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대통령의 애창곡

입력 2023-04-27 18:24   수정 2023-04-28 00:16

한 분야에서 일가를 이룬 사람에게는 대개 훌륭한 스승이나 멘토,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이 있게 마련이다. 미국의 대표적 싱어송라이터 돈 매클레인(78)에게는 로큰롤 스타 버디 할리(1936~1959)가 그런 사람이었다. 텍사스 출신인 할리는 1950년대를 풍미한 천재 아티스트였다. 열두 살에 기타, 바이올린, 피아노 등 여러 악기를 연주했고, 백인 최초의 성공한 싱어송라이터로 이름을 날렸다. 보컬·기타·베이스·드럼의 4인 체제 록밴드의 라인업을 처음 확립한 것도 그였다. 1959년 2월 공연 투어 중 경비행기 사고로 짧은 삶을 마감했을 때 그의 나이 22세였다.

1945년 뉴욕에서 태어난 매클레인은 할리의 음악을 들으며 음악가의 꿈을 키웠다. 신문 배달을 하며 음악생활을 지속했지만 가수 데뷔는 쉽지 않았다. 우상이던 할리의 부고를 자신이 돌리던 신문 1면에서 접했을 때의 충격이 어땠을까. 그가 1971년 발표한 ‘아메리칸 파이(American Pie)’는 그때의 충격과 비통함을 10여 년이 흐른 뒤에 담아낸 노래다. 은유와 상징이 가득한 가사에다 8분27초에 달하는 긴 곡이었지만 이듬해 신년 벽두에 전미 차트 정상을 4주나 차지했다. 그는 이 노래에서 할리가 죽은 날을 ‘음악이 죽은 날(The day the music died)’이라고 표현했다.

매클레인이 “노래가 너무 길어서 처음엔 녹음할 스튜디오를 찾는 것도 어려웠다”고 한 이 노래는 매클레인의 또 다른 히트곡 ‘스타리 나이트(Starry Night)’와 함께 윤석열 대통령의 애창곡이다. 서울대 법대 재학 시절 윤 대통령은 가사를 보지 않고도 이 노래를 부를 수 있었다고 한다. 미국을 국빈 방문 중인 윤 대통령이 국빈 만찬에서 이 노래를 열창해 화제다. “오랜만이라 (가사가) 기억이 잘 날지 모르겠다”면서도 1분가량 노래를 불러 환호와 기립박수를 받았다. 상대국 문화와 역사를 존중하고 알아주는 것보다 더 훌륭한 외교는 없다. 아메리칸 파이는 록 음악처럼 항상 미국 대중과 함께 해온 노래다. BTS와 블랙핑크가 현대적 음악으로 많은 미국 청년의 사랑을 받고 있듯이 윤 대통령도 청춘의 추억을 담은 노래 선곡으로 미국 중장년들의 호감을 샀을 것 같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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