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헤지펀드 운용사 브릿지워터 설립자 레이 달리오가 미국과 중국이 갈등을 대화로 해결하기 힘든 전쟁 직전의 상황에 놓여있다고 경고했다.
28일 외신 등에 따르면 레이 달리오는 최근 자신의 링크드인에 올린 메모에서 "미국과 중국 두 거인이 벼랑끝 6인치 옆에서 멱살잡이를 하며 서로를 위협하고 있다"며 "양국이 레드라인을 넘는다면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끼친 피해와 비교할 수 없는 돌이킬 수 없는 피해가 전세계에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달리오는 40년 넘게 중국을 오가며 관계를 맺어왔다. 올해 초 현업에서 은퇴한 그는 최근 중국을 방문한 뒤 미중 관계가 예상보다 더 악화됐다고 여기고 있다.
중국과 미국 관계가 이미 레드라인에 가까워진 가운데 미국이 먼저 선을 넘을 가능성이 높다고 점쳤다. 군사적 긴장을 불러일으키는 중국과 대만의 문제가 대표적이다. 미국이 대만에 무기를 판매하는 등의 조치가 이어진다면 중국으로서는 자신들의 주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받아들일 것이란 지적이다. 달리오는 "2024년 대선을 앞두고 매파적인 정책 입안자들이 중국에 더 많은 압력을 가하면서 미중 긴장이 악화될 수 있다"며 "이 시기에 대만의 총통 선거도 또 다른 잠재적 발화점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중국이 또한 시진핑 3기 들어 더욱 독재적으로 변해, 정책 결정이 더욱 최고위층에서 내려지면서 (중국)정부 관리와 엘리트들조차 두려워하고 있다"고 했다.
첨단기술 패권과 전기차 등 제조업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의 중국 견제도 선을 넘기 직전이라고 달리오는 보고 있다. 그는 "미국은 중국의 필수 반도체 칩에 대한 접근을 차단하려는 미국의 경제 제재는 이미 양국 관계를 시험하고 있다"고 논평했다. 중국은 미국의 수출 제한에 맞서 홍콩과 중국에서 매출의 약 4분의 1을 올리는 미국 마이크론 테크놀로지(MU)에 대한 사이버 보안 조사 등 보복을 검토중이다. 전기 자동차 배터리 광물 등에서도 미국이 중국을 압박하고 있다. 달리오는 "우리는 경제 자원 전쟁을 목전에 두고 있다"고 전했다.
달리오는 전쟁을 피하기 위해선 양국의 대화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달리오는 "옐런이나 지나 라이몬도 상무장관 등 미국 관리들이 가까운 시일 내에 중국을 방문하고 가을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 정상회의에서 양국 정상이 만나면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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