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04월 28일 16:25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가 6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에 콜옵션을 행사해 자기사채로 취득한 뒤 소각하기로 한 배경을 놓고 뒷말이 무성하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사진)이 '통 큰' 결단을 내린 것이라는 시각도 있지만, 자본시장법 위반으로 사법 리스크를 안고 있는 이 회장이 배임 소지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콜옵션을 포기한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2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에코프로는 2021년 7월 발행한 1500억 규모의 CB 가운데 600억원을 자기사채로 취득하겠다고 전날 공시했다. 취득한 사채는 이사회 결의를 거쳐 소각하기로 했다.
에코프로는 당시 에코프로비엠의 유상증자에 출자하기 위해 1500억원 규모의 CB를 찍었다. 전체 발행 규모의 40%에 대해선 콜옵션을 받았다. 전환가액은 이후 한 번의 조정을 거쳐 6만1400원으로 설정됐다.
콜옵션은 CB 발행사 또는 발행사가 지정하는 제3자가 행사할 수 있다. 에코프로가 콜옵션 행사 권한을 이 회장에 넘겨 이 회장이 콜옵션을 행사했다면 에코프로 97만7199주를 6만1400에 취득할 수 있었다. 에코프로의 전날 종가가 70만9000원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이 회장이 챙길 수 있던 이익은 6300억원에 달한다.
하지만 에코프로는 행사 권한을 이 회장에게 넘지 않고 자기사채로 취득하고, 이를 소각하는 방안을 택했다. 이를 두고 이 회장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사익을 포기하는 결단을 내렸다는 평가가 이어졌다. 시장도 이 회장의 결단에 긍정적으로 반응했다. 에코프로는 이날 오후 2시 20분 기준 3.67% 오른 73만5000원에 거래되고 있다.
일각에선 사법 리스크를 지고 있는 이 회장을 보호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 보고 있다. 콜옵션 행사 권한을 발행사만이 아닌 발행사가 지정하는 제3자에게도 준 취지는 지분 희석으로 인한 대주주의 지배력 약화를 막기 위해서다.대주주가 콜옵션을 행사하지 않더라도 현저하게 지배력이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 회사가 대주주에게 콜옵션 행사권을 넘긴다면 이 의사결정을 내린 이들은 배임에 해당할 수 있다. 회사가 거둘 수 있는 이익을 포기하고 대주주에게 넘겨 회사에 손해를 끼쳤기 때문이다. 이 회장 등 특수관계인의 에코프로 지분율 26.8%에 달한다.
업계에선 재판을 받고 있는 이 회장이 이런 배임 이슈에 엮이는 것을 막기 위해 콜옵션 행사 권한을 포기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회장은 공시 전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시세차익을 올린 혐의로 지난해 10월 1심에서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 벌금 35억원을 선고받았다. 이 회장과 검찰 모두 항소해 2심이 진행 중인 상황이다.
박종관 기자 pj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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