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달 초 서울대 호암교수회관에서 진행된 ‘푸드테크 최고책임자 과정’에서 한경민 한경기획 대표(사진)는 이렇게 자기소개를 시작했다. 한 대표는 “15년간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직접 운영하면서 점주들이 현장에서 느끼는 고충을 뼈저리게 경험했다”며 “점주와 상생하고 함께 성장하기 위해 회사를 세웠다”고 말했다.
2010년 설립된 한경기획은 즉석떡볶이 업체 ‘청년다방’을 비롯해 MZ세대(밀레니얼+Z세대)에게 잘 알려진 외식 브랜드를 기획하는 종합 외식 플랫폼이다. 대학 졸업 후 직장생활을 했지만, 결혼 후엔 가정주부로 살던 한 대표가 프랜차이즈 가맹점을 시작한 것은 경제적인 독립이 목적이었다.
경남 진주 태생인 한 대표가 부산에서 처음 시작한 프랜차이즈는 ‘오빠닭(오븐에 빠진 닭)’. 처음 하는 사업이었지만 장사가 꽤 잘됐다. 한 대표는 “매장 홀 서비스와 배달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일하다 보니 월 1000만원을 벌 정도가 됐다”고 했다.
치킨 창업에서 ‘성공의 맛’을 본 한 대표는 커피 가맹점을 또 열었다. 치킨집은 지인에게 맡기고 커피 드립부터 라테 하트 그리는 일까지 바닥부터 배워 익혔다. 한 대표는 “일하는 재미에 빠져 커피 매장 셔터를 내리다가도 손님이 오면 다시 문을 열 정도였다”며 “열정만큼 매출도 쑥쑥 올라갔다”고 했다. 한 대표는 이번엔 부산 서면 중심가에서 세 번째 창업인 대형 맥주집을 시작했다. 이 또한 대박을 터뜨렸다.
하지만 ‘3연타석 홈런’은 여기까지였다. 더 큰 욕심이 화근이었다. 대형 외식 프랜차이즈에 손을 댄 그는 그동안 번 모든 수익을 한 방에 날려야 했다. 직접 투자한 돈과 동업자 투자분까지 떠안고 빚더미에 올라앉았다. 성공보다 실패에서 더 많은 배움을 얻었다. 한 대표는 ‘대형 프랜차이즈는 절대 하지 말 것’ ‘직원 없이 혼자 할 수 있는 창업을 할 것’이라는 원칙을 갖게 됐다.
힘든 시간을 보내고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엔 소규모 맥주집을 창업했다. 창업 2년 만에 진 빚을 다 갚았다. 실패를 딛고 한 걸음 더 나아가 외식 브랜드까지 새롭게 만들고 투자하면서 꾸준히 브랜드를 스케일업했다. 청년다방, 은화수식당, 고방채 등 10여 년간 그가 함께한 브랜드는 23개(580개 매장)에 달할 정도다.
현재는 자신의 사업 성공과 실패 경험을 후배 창업자에게 전수하기 위한 온·오프라인 교육 시스템을 운영 중이다. 이 교육을 통해 창업한 20대 청년 일부는 최근 발생한 튀르키예 지진 구호 성금을 낼 정도로 사업을 키웠다.
그에게 은퇴 창업자들이 꼭 기억해야 할 한마디를 요청했다. “롱런하는 사업을 하려면 잘하는 일을 해야 합니다. 단, 무리한 대출은 절대 안돼요.” 창업 전에 원하는 분야에서 먼저 일해 보고 자신과 맞는지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 졸업을 앞둔 취업준비생에게 들려주는 교수님의 조언 같았다.
공태윤 기자 true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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