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에 제품을 납품하는 한 중소기업 대표는 최근 기자를 만난 자리에서 “삼성전자는 최고의 거래 파트너”라고 말했다. 거래대금 처리가 확실하고 기술 측면의 애로사항도 앞장서서 해결해준다는 이유에서다.
대기업 눈치를 봐야 하는 회사라서 맘에도 없는 말을 한 것일까. 이 회사뿐 아니라 업계를 탐문해 보면 어렵지 않게 삼성의 ‘상생협력’ 사례를 접할 수 있다. 2020년 삼성전자로부터 오디오 신호 처리 기술을 이전받은 벨레는 가구와 스피커를 결합한 블루투스 테이블 스피커를 개발해 해외에 진출했다. 지난해 매출은 2020년 대비 50% 늘었다. 고용도 80%나 증가했다.
낙후한 제작 현장을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걸맞게 바꾸는 데도 삼성의 손길이 큰 힘이 됐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용접기기 제조업체 오토스, 자가 진단키트 업체 수젠텍, 과일 가공업체 과일드림, 산업용 필름 기업 화진산업 등에 스마트공장 구축 지원 사업을 펼쳤다.
이뿐만이 아니다. 2015년부터는 중소기업에 특허 기술을 무료로 이전하는 사업을 해왔다. 올해는 △모바일 기기 △반도체 소자 △디스플레이 등 총 8개 분야에서 272건의 특허를 공개한다. 지난해까지 502개 중소기업이 959건의 특허를 무료 이전받았다.
삼성전자처럼 큰 회사라면 ‘맏형’ 역할을 당연하게 하는 것일까. 최근 월스트리트저널이 보도한 ‘애플이 부르면, 그것은 죽음의 키스’라는 기사가 많은 것을 시사한다고 생각한다. 애플은 혈액 산소 측정기를 개발한 마시모, 심박수 모니터링 기술을 보유한 발렌셀 같은 중소기업에 접근한 뒤 남몰래 인력과 기술을 빼갔다. 애플의 감언이설에 넘어간 업체들은 껍데기만 남았다.
대기업이 중소기업을 돕는 것은 결코 당연한 일이 아니다. 오랜 기간 삼성은 중소기업에 든든한 우군 역할을 해왔다. 그런 사실을 아는 이는 지금도 많지 않다. 중소기업 위에 군림하는 존재로 보는 삐딱한 시선도 여전히 적지 않다.
중소기업중앙회의 한 임원은 “삼성에서 조용히 진행하고 싶어 해 미담 홍보를 접곤 했다”고 귀띔했다. 중소기업계를 취재할수록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실상과 대중의 선입관 사이에 차이가 작지 않았다. 언제까지 삼성과 중소기업의 상생 행보를 ‘숨은 미덕’으로만 남겨둬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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