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국에 있는 문화 관련 규제 중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것이 있으면 반드시 철폐하겠다”고 말했다. 미국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거물급 인사들을 모아 놓고 한국의 문화산업 역량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의지를 직접 밝힌 것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워싱턴DC 미국영화협회에서 열린 ‘글로벌 영상 콘텐츠 리더십 포럼’에서 “한국의 영화, 문화 시장이 세계 단일 시장에 편입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미국영화협회 초청으로 열린 이날 행사에는 파라마운트, 워너브러더스디스커버리, NBC유니버설, 소니픽처스, 월트디즈니, 넷플릭스 등 6개 글로벌 영상 콘텐츠 기업 고위 인사들이 참석했다. 이도운 대통령실 대변인은 “이들이 한자리에 모인 건 미국에서도 전례가 없는 일로, K콘텐츠의 높아진 위상을 실감할 수 있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문화체육관광부에 따르면 미국영화협회 소속 기업들은 세계 영화 및 비디오 시장의 77%,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시장의 45%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 측에서는 이미경 CJ 부회장과 SLL·왓챠·에이스토리·래몽래인·크리에이티브리더스그룹에이트 등 영상 콘텐츠 기업 대표, 배우 이서진 씨 등이 참석했다.
모두발언에 나선 윤 대통령은 준비된 원고를 살펴본 뒤 “적은 것을 보니 재미가 없네”라고 웃으며 원고를 덮었다. 2014년 개봉한 영화 ‘국제시장’으로 운을 뗀 윤 대통령은 “영화에 등장하는 배경이 바로 한·미동맹이 성립되기 직전의 우리 한국 상황이었다”고 했다. 이어 “경제만 성장한 것이 아니고 그동안 한국의 음악, 영화 등 다양한 분야의 문화가 굉장히 많이 성장했다”며 “그래서 저도 오늘 미국영화협회 행사에 초청받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윤 대통령은 “다른 경제·통상 분야도 다 마찬가지지만 특히 문화는 국가가 경계를 그어 놓으면 안된다”며 “한국에 있는 여러 문화나 영화 관련 규제 중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것이 있다면 여러분이 지적해달라”고 당부했다.
찰스 리브킨 미국영화협회 회장은 전날 밤 백악관 국빈만찬에서 윤 대통령이 돈 매클레인의 ‘아메리칸 파이’를 열창한 것을 화제로 올렸다. 리브킨 회장은 “너무나 멋지게 불러줘 전 세계가 즐겁게 감상했다”며 “오늘은 노래를 감상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자신이 부산국제영화제에 참석한 일화를 소개하면서는 “한국이 지닌 엄청난 에너지와 생생한 생동감을 목격했다”고도 했다. 리브킨 회장은 “굉장히 놀라운 K콘텐츠의 성공이 세계에 모범이 되고 있다”면서도 “저작권 분야, 특히 규제에서도 저희가 아직 해야 할 일이 굉장히 많다”고 했다.
행사 말미에 리브킨 회장은 영화 ‘블랙팬서’의 라이언 쿠글러 감독, 주연배우인 고(故) 채드윅 보즈먼의 사인이 담긴 포스터를 윤 대통령에게 선물했다. ‘마블 시리즈’ 영화인 블랙팬서는 일부 장면을 부산에서 촬영했다. 리브킨 회장이 “보즈먼의 사인이 담긴 마지막 포스터여서 꼭 선물로 드리고 싶었다”고 하자 윤 대통령은 “대통령실에 걸어두고 영상 콘텐츠산업 진흥을 위한 의지를 보여주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김건희 여사는 이날 미국 스미스소니언 재단 산하 국립아시아예술박물관에서 열린 ‘문체부-스미스소니언 재단 양해각서(MOU)’ 체결식에 참석했다. 양측은 2027년까지 학예 연구와 인력 교류, 전시 및 소장품 대여, 대중 프로그램 공동 주최 등에 협력할 계획이다.
오형주/워싱턴=도병욱 기자 ohj@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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