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철보다 심합니다. 오늘도 제때 내리지 못했어요.”
28일 오전 8시 서울 우면동과 지하철 3호선 양재역을 오가는 마을버스 서초18-1. 20석에 불과한 버스 내부는 승객 47명이 빽빽이 들어차자 숨이 턱턱 막혔다. 손님이 내리지도 않은 채 출발한 버스 안에선 “밀지 마세요”라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중학생 A군은 “30분을 기다려도 버스가 오지 않고 사람도 많아 타지 못할 때가 많다”고 푸념했다.
이날 구로구 온수공영차고지엔 마을버스 38대 중 11대가 운행을 나가지 못한 채 주차돼 있었다. 오봉운수의 한 임원은 “주차된 차량을 다 돌리면 수십억원대 적자를 감당하지 못하고 파산할 상황”이라며 “젊은 기사들이 퇴사하는 바람에 그나마 남은 70대 이상 고령 운전자들로 일부만 운행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찾은 장지동 송파공영차고지의 배차표에는 32칸 중 18칸에만 운전기사가 배정돼 있었다.
배차 간격이 갑자기 길어지면서 시민들의 불편도 커졌다. 최근 서초구엔 ‘남부터미널에서 한 시간을 기다려도 마을버스가 오지 않는다’는 민원이 쏟아지고 있다. 남부터미널을 거쳐 예술의전당까지 3.3㎞를 도는 노선은 서초22번이다. 해당 노선을 운영 중인 임종현 스마일교통 대표는 “올초부터 22번 버스기사가 7명에서 1명으로 줄었다”고 설명했다. 전체 버스 3대 중 2대의 운행이 중단되면서 막히는 시간대엔 한 시간 동안 마을버스를 기다리는 사태까지 벌어지고 있다. 평소 배차 간격은 7분에서 26분으로 늘었다. 김 대표는 “인건비와 유류비, 수리비 등 오르지 않은 비용이 없는데 요금은 수년째 동결이라 기사들이 다 떠나고 있다”고 토로했다.
마을버스 회사 운영이 어려운 이유는 요금 때문이다. 마을버스 요금은 900원으로 2015년 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다. 서울시가 재정지원금을 산출할 때 기준으로 삼는 운송원가도 4년째 45만7040원에 머물고 있다.
마을버스 조합 관계자는 “버스 운영 비용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는데 원가는 그대로니 적자는 당연한 결과”라며 “운송원가를 현실화해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장강호/안정훈 기자 callme@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