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우리銀·새마을금고 몰래 월세 계약…162가구 퇴거 내몰려

입력 2023-04-28 18:30   수정 2023-05-08 16:39


“퇴거 안내합니다. 세입자께선 부당 이득 및 손해배상 책임을 부담할 수 있습니다.”

충북 음성군 두성리 K오피스텔에 살고 있는 김모씨는 최근 오피스텔 공사비를 대출해준 새마을금고로부터 이 같은 내용의 문자를 받고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김씨는 28일 “등기부등본을 떼어 봤을 때 소유권자 자리에 우리은행(담보신탁 수탁자)이 기재돼 있어 돈을 떼일 것이라고는 생각도 해 본 적이 없다”며 “내가 맺은 임대차 계약이 인정되지 않아 보증금을 떼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앞이 깜깜하다”고 말했다.
○월세사기로 난리난 충북혁신도시
한국가스안전공사 등 공공기관이 모여 있는 음성군 충북혁신도시에서 수백 채 이상의 월세사기 사건이 일어났다. 전세사기가 아니라 대규모 월세사기 사건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 인해 오피스텔 한 동 중 162가구의 세입자들이 집을 비우라는 통보를 받았다. 세입자 대부분은 공공기관에 다니는 20~40대 직장인이다. 보통 한 명당 500만~2000만원 안팎의 보증금을 떼일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사건은 K오피스텔을 지은 S시행사 김 대표가 건축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2019년 11월 우리은행과 부동산담보신탁 계약을 체결한 데서 시작됐다. 우리은행은 일정 비율 신탁 수수료를 받고 건물의 저당권을 확보해 오피스텔의 소유주가 됐다. 우리은행의 담보신탁 계약을 바탕으로 김 대표는 탄동새마을금고 등 7곳에서 205억원을 빌렸다.

김 대표는 오피스텔에 세입자를 대거 들인 뒤 별도 법인을 만들어 보증금과 월세를 받았다. 원래는 보증금 및 월세의 일부를 새마을금고 대출 상환에 써야 하고 이를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에 알려야 하는데 김씨 등은 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았다. 오히려 우리은행이 소유권자라는 점을 내세워 임차인을 끌어모았다.

김 대표는 보증금 8억여원과 지난 4년간 매달 발생한 8000만원 상당의 임대료 중 상당 금액을 편취한 것으로 전해졌다. 새마을금고 대출금 상환 등에 사용돼야 할 총 40억~50억원이 중간에서 사라진 것이다. 법조계에선 집 소유주인 우리은행, 채권자인 새마을금고의 동의 없이 계약이 체결된 만큼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없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162명의 오피스텔 임차인은 보증금을 고스란히 떼일 가능성이 높다.
○상습 체납자에게 대출해준 금융기관
음성 오피스텔 월세사기 사건이 수면 위로 올라온 건 작년 여름부터다. 원리금에 해당하는 보증금과 임대료 일부 등을 새마을금고에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돈을 떼일 위기에 있는 새마을금고는 우리은행에 요청해 지난달부터 오피스텔 전체에 대해 공매 절차에 들어갔다.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의 책임론도 나온다. 잠적한 김 대표는 고액 상습체납자 명단에도 올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체납한 세금이 재산세와 지방소득세 등 6000여만원이다. 그가 운영하는 S시행사도 과거 공사비 대금을 수차례 치르지 못했다는 전언이다. 그럼에도 새마을금고는 대출을 실행했다.

새마을금고는 세입자들에게 퇴거를 요청하고, 방을 빼지 않으면 무단 점유 혐의로 법적 조치하겠다고 통보한 상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임대차 계약의 효력이 있다”며 “김 대표 임의로 한 계약은 성립 요건이 안 돼 퇴거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월세사기는 정부 구제도 여의치 않다. 정부가 전세의 경우 경매·공매를 유예하는 대책을 내놨지만 월세사기는 해당하지 않는다.

경찰은 김 대표와 공모한 부동산중개업자도 수사하고 있다. 인근 부동산 대표는 “K오피스텔은 문제가 많다고 알려져 있어 매물을 취급하지 않았다”며 “계약 과정에서 우리은행과 새마을금고에 동의받았는지 등을 확인하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장강호/안정훈 기자 callme@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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