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현지시간) 미국 의회의사당에서 연방 상·하원 의원을 대상으로 한 윤석열 대통령의 연설. 한국계인 영 김 하원의원(캘리포니아주·공화당)의 평가대로 “박력 있고 또박또박한 영어”에 미국 의원들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BTS(방탄소년단)보다 백악관엔 늦게 갔지만 의회엔 먼저 왔다”는 윤 대통령의 농담엔 폭소를 터뜨렸다. 케빈 매카시 미 하원의장이 윤 대통령을 “미국의 위대한 친구”로 추켜세울 정도로 연설 내용도 호평받았다.
특히 윤 대통령이 한국 기업의 투자 지역을 호명할 때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윤 대통령이 텍사스주 오스틴에 있는 삼성 반도체 공장을 언급하자 오스틴을 지역구로 둔 마이클 매콜 텍사스주 하원의원(공화당)이 일어나 환호했다. 그러면서 매콜 의원은 주변 의원들에게 “일어나요”라며 함성과 박수를 유도했다. 윤 대통령이 “삼성 오스틴 공장에서 2020년 기준으로 1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다”고 하자 박수 소리가 더 커졌다.
한껏 고무된 윤 대통령은 더 큰 목소리로 현대자동차 공장이 있는 조지아를 외쳤다. 그러면서 연단 앞에 있던 존 오소프 조지아주 상원의원(민주당)에게 ‘일어나 달라’고 손짓했다. 그러자 매콜 의원은 옆자리에 있던 버디 카터 조지아주 하원의원(공화당)을 일으켜세웠다. 조지아가 지역구인 두 의원은 환호했고 동료 의원들은 기립박수를 보냈다. 윤 대통령이 활짝 웃으며 “조지아주의 브라이언카운티에 현대차 전기차 공장이 2024년부터 가동돼 매년 30만 대의 전기차가 생산될 것”이라고 하자 의원들은 더 크게 함성을 질렀다.
분위기가 무르익자 윤 대통령은 한인 의원들을 소개했다. 올해가 한인들이 미주로 이주한 지 120주년이 된 때라고 설명하면서다. 윤 대통령은 “하와이주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로 시작한 한인들이 미국 사회 각계로 진출해 한·미 우호 협력을 증진하고, 동맹의 역사를 써나가는 데 큰 역할을 했다”고 극찬한 뒤 “한·미 동맹의 산증인들”이라며 한인 의원 4명의 이름을 하나씩 불렀다.
영 김, 앤디 김(뉴저지주·민주당), 미셸 박 스틸(캘리포니아주·공화당), 메릴린 스트릭랜드(워싱턴주·민주당) 등 한국계 연방 하원의원들은 손을 흔들어 동료 의원들의 환호에 감사를 나타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자유’를 46회 강조했다. 분당 1회 이상 자유를 언급한 것이다. 윤 대통령은 “한국은 미국과 함께 세계시민의 자유를 지키고 확장하는 ‘자유의 나침반’ 역할을 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연설이 끝나자 윤 대통령은 의원들에게 둘러싸였다. 악수와 기념촬영을 하려는 의원이 부지기수였다. 윤 대통령 연설문 원고에 사인해달라는 의원만 30여 명이었다. 이들과 인사를 끝낸 윤 대통령이 단상에서 내려와 회의장을 빠져나가는 데만 10분이 넘게 걸렸다.
영 김 의원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단과의 화상 인터뷰에서 “동료 의원들이 윤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전달력이 좋고 매우 박력이 있었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매카시 의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오늘 연설은 한·미 동맹을 한층 강화하는 역사적 한 걸음”이라고 호평했다.
워싱턴=정인설 특파원 surisur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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