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평양 번영 기여하는 나라 될 것"…34년 전 노태우의 꿈 꺼낸 尹

입력 2023-04-28 01:02   수정 2023-04-28 01:06



"미국에게 태평양은 더욱 중요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은 이 지역의 평화와 번영에 더욱 기여하는 나라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한국의 대통령이 다시 이 자리에 서서 오늘 내가 한 이야기가 내일의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되고 있다고 말할 날이 올 것입니다."

1989년 10월 미국 워싱턴DC에 있는 의회의사당에서 울려퍼진 문장이 34년만에 다시 같은 자리에 언급됐다. 27일(현지시간) 진행된 윤석열 대통령의 상·하원 합동연설을 통해서다. 윤 대통령은 34년전 고(故)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의회연설에서 거론한 문장을 다시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노태우 대통령의 꿈은 이미 현실이 되었다"며 "미국 국제개발처의 지원을 받던 한국은 이제 미국과 함께 개발도상국에게 개발 경험을 전수해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공적개발원조 규모를 대폭 확대하고, 수혜국의 수요와 특성에 맞는 맞춤형 개발 협력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윤 대통령은 아울러 "현대 세계사에서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로 발돋움한 유일한 사례인 대한민국은 한·미동맹의 성공 그 자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연설에서 노태우 전 대통령 외에도 다양한 '고유명사'를 거론했다.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SK실트론 등 미국에서 활동하는 기업들을 언급한 게 대표적이다. 윤 대통령은 "텍사스주 오스틴에 위치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은 2020년 기준 약 1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으며, 2024년 하반기부터 가동될 조지아주 브라이언 카운티 현대차 공장도 연간 30만대의 전기차와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 낼 것"이라며 "미시간주 베이시티 SK실트론 CSS는 한국 기업이 미국 회사를 인수해 성장시키는 또 다른 모범 협력 사례"라고 설명했다. 이들 기업 이름을 언급할 때마다 의원들이 박수를 치는 바람에 윤 대통령은 여러차례 연설을 멈춰야 했을 정도다.

윤 대통령은 영화 '기생충'과 '미나리', 아이돌그룹인 'BTS'와 '블랙핑크'도 거론했다. 이 과정에서 "제 이름은 모르셨어도 BTS와 블랙핑크는 알고 계셨을 것이다", "BTS는 미 백악관은 먼저 방문했지만, 의회 건물은 제가 먼저 입성했다" 등의 농담도 던졌다. 이 때 의원들은 웃음을 터뜨렸다.

윤 대통령은 한국을 위해 헌신한 한국전쟁 용사들의 이름도 거론했다. 특히 원주324 고지전에 참전해 오른쪽 팔과 다리를 잃은 고 윌리엄 웨버 대령을 언급한 뒤, 그의 손녀인 데인 웨버를 찾았다. 데인 웨버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윤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을 대표해 깊은 감사와 무한한 경의를 표한다"고 말했고, 의원들은 크게 박수를 쳤다. 참전용사 출신인 의원들의 이름도 한명씩 소개했다. 맥아더 장군과 니미츠 제독 등 2차 세계대전 영웅의 이름도 꺼냈다.

윤 대통령은 또 호러스 언더우드, 헨리 아펜젤러, 메리 스크랜튼, 로제타 홀 등 19세기말 한국에서 활약했던 미국 선교사들의 이름도 꺼냈다. 한국의 경제성장을 소개하면서는 "박정희 대통령은 현명하게도 케네디 행정부가 권고한 월트 로스토우 교수의 모델을 받아들여 신흥 산업 국가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이밖에 윤 대통령은 검사시절 자신의 롤모델이었던 로버트 모겐소 검사도 언급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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