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당사국이 아닌 한 상대를 직접 비난하거나 자극하는 것도 보통은 금물이다. “상대국에 대한 입장을 신중히 재검토하겠다”는 것은 외교관계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강경한 뜻을 내포한다. “자국 정부의 이익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고 하면 국교 단절까지 고려하고 있다는 경고성 메시지다. 2019년 문재인 정부의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종료 통보에 미국이 표한 “강한 우려와 실망”은 동맹국 간에는 여간해서 쓰지 않는 표현이다. 한·미 동맹의 불협화음이 그만큼 심각했다는 얘기다. 절제된 표현에서 단호함을 읽어야 하는 이유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국빈 방문을 전후한 중국 외교관들의 거친 언사는 외교적 수사와는 거리가 먼 도발이다. 양안 관계와 관련해 힘에 의한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윤 대통령의 외신 인터뷰에 대한 반응부터 그랬다. “타인의 말참견은 허용하지 않는다(不容置喙)”(왕원빈 외교부 대변인), “대만 문제를 놓고 불장난하는 자는 반드시 불에 타 죽을 것”(친강 외교부 장관)이라고 비난했다. 윤 대통령이 미 의회 연설에서 언급한 6·25전쟁 때의 장진호 전투에 대해 마오닝 외교부 대변인은 “힘을 믿고 약자를 괴롭히고 침략을 확장하면 반드시 머리가 깨지고 피를 흘릴 것”이라고 했다. 적반하장에 말문이 막힐 지경이다.
우장하오 주일 중국대사는 지난주 기자회견에서 “대만 유사시에 일본이 개입할 경우 일본 민중이 불길 속으로 끌려들어 갈 것”이라고 협박했다. 앞서 루사예 주프랑스 중국대사는 구소련 국가들의 주권을 부정하는 발언으로 발트 3국 등의 공분을 샀다. 자국 이익을 위해 강경한 언사로 상대국을 자극하는 중국의 이른바 ‘전랑(戰狼·늑대전사) 외교’는 힘을 믿고 설치는 오만과 무례의 야만적 행태일 뿐이다.
서화동 논설위원 fireboy@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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