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현지시간) 블룸버그에 따르면 와그너그룹의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은 러시아 1인 언론인 세묭 페고브와의 인터뷰에서 "매일 사망자가 수천 명씩 나오고 있다"며 "탄약을 제공해주지 않으면 바흐무트에서 철수하겠다"고 밝혔다. 바흐무트는 와그너그룹과 우크라이나군이 대치하고 있는 동부 격전지다.
프리고진은 "포탄 고갈로 인해 우리 측 인명 손실이 5배 정도 증가했다"며 "세르게이 쇼이구 러시아 국방부 장관에게 가능한 한 빨리 포탄을 공급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바흐무트에서 철수하면 러시아군의 다른 전선도 무너지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와그너그룹은 과거에도 러시아군이 포탄을 지원해주지 않는다고 여러 차례 비판한 바 있다. 10개월 가까이 격전을 벌여온 바후무트 철수를 언급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러시아 군 수뇌부를 상대로 배수의 진을 쳤다는 평가다.
러시아군 일각에서는 와그너그룹의 역량을 의심하고 있는 모습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군 수뇌부가 와그너그룹의 전공이 기대에 못 미친다고 평가하는 중이다. 때문에 의도적으로 지원을 줄였다는 설명이다.
탄약 뿐 아니라 병력 충원도 어려운 상황이다. 러시아 정부는 지난 2월 와그너그룹에게 일임했던 범죄자 징집 권한을 박탈했다. 지난해 여름부터 와그너그룹은 러시아 교도소에 있는 수감자들을 용병으로 모집했다. 6개월간 복무하면 사면해주는 게 조건이었다.
전문가들은 와그너그룹이 협박을 통해 러시아군으로부터 이득을 취할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미국의 국방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는 "푸틴이 프리고진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러시아 군 지도부를 개편하고 있다"며 "때문에 와그너그룹은 협박을 지렛대 삼아 러시아군으로부터 이득을 취하려 한 것"이라고 관측했다.
와그너그룹과 러시아군이 갈등을 빚는 가운데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군의 포위를 뚫고 주요 공급로를 사수했다고 28일 밝혔다. 바흐무트와 인근 차시브 야르를 잇는 10km 길이의 경로다. 공급로 확보를 기반 삼아 '봄 대공세'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오현우 기자 ohw@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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