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대회의 성공 뒤에는 늘 이승호 PGA투어 아시아태평양 대표(43·사진)가 있었다. 2018년 당시 떠오르는 패션기업이던 조조그룹을 PGA투어 스폰서로 영입해 기업의 격을 크게 끌어올렸고, 제네시스가 PGA투어와 함께 스코티시오픈 공동 주관사로 참여하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 그 인연으로 제네시스는 이번에 한국에서 열린 코리아 챔피언십에 흔쾌히 스폰서로 참여했다.
이 같은 성과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해 대표로 승진했다. 2017년 아시아태평양 지부 부사장으로 PGA투어에 합류한 지 5년 만이다. 보수적인 PGA투어에서 동양인이 부사장은 물론 대표 직함을 단 건 이 대표가 처음이다. 이 대표는 1일 “국내에서 세계적인 규모의 대회가 열리게 돼 골프인으로서 기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의 강점은 꽉 막힌 상황을 풀어내는 돌파력이다. 2018년 PGA투어와 6년 계약을 맺은 조조가 대표적이다. 조조와 PGA투어는 2019년 열린 첫 번째 대회 총상금으로 975만달러(약 130억원)를 책정했고, 해마다 상금을 올리는 데 합의했다.
이 대표는 “당시 조조는 한국의 ‘무신사’와 비슷한 신흥 패션 기업이었다”며 “메인 스폰서가 총상금의 약 두 배 금액을 쓰는 점을 감안하면 골프와 접점이 뚜렷하지 않은 기업이 해마다 200억원가량을 골프대회에 투자겠다고 나선 것”이라고 설명했다. 업계 안팎에서 우려가 적지 않았지만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첫 대회에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48·미국)가 출전해 우승까지 하면서 역대급 흥행을 거뒀다.
조조그룹을 스폰서로 영입한 것 역시 이 대표의 돌파력이었다. 마에자와 유사쿠 조조그룹 대표가 골프를 좋아한다는 얘기를 듣고 무작정 찾아갔다고 한다. 그는 “일단 만나서 설명했다. 성사될 거라는 기대보다는 PGA투어를 통해 만들어낼 수 있는 비전을 제시하려 했다”며 “다행히 긍정적인 반응이 돌아왔고 대회 개최까지 이어져 스스로도 믿기지 않았던 기억이 생생하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원래 농구 선수를 꿈꿨다. 그러나 성장이 멈추면서 농구 선수를 포기해야 했고 대신 스포츠 마케팅으로 진로를 돌렸다. 미국프로농구(NBA) 아시아 사무국에서 스폰서십 매니저를 시작으로 2012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아·태 지부 본부장을 맡았다.
이 대표의 목표는 더 많은 골프대회를 아시아 국가에서 열어 세계 골프 산업에서 아시아의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이를 통해 더 많은 한국 선수에게 세계 진출을 위한 기회를 주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들에 따르면 DP월드투어와 코리안투어는 한국 선수들의 DP월드투어 출전 기회를 확대하는 데 합의했다. 이 대표는 “앞으로 한국 선수들이 PGA투어와 DP월드투어 등 세계적인 무대에 진출하는 문호를 더 넓힐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인천=조희찬 기자 etwood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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