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감독원이 불법 공매도에 대해 과징금 등 대규모 제재 조치를 예고했다. 공매도는 특정 종목 주식을 보유하지 않은 사람이 주가 하락을 예상해 주식을 남에게 빌려서 팔고, 나중에 주가가 떨어지면 다시 주식을 사들여 갚아 시세 차익을 얻는 투자를 뜻한다. 이 과정에서 주식을 빌리지 않은 채 매도 주문부터 넣는 ‘무차입 공매도’는 법적으로 금지돼 있다. 금감원은 올들어 이같은 무차입 공매도 사례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1일 금감원에 따르면 금감원은 작년 6월 이후 지난 4월까지 조사한 무차입 공매도 43건에 대해 제재 조치에 나선다. 금감원 관계자는 “대부분이 과징금 건”이라며 “주문금액 기준으로 강화된 과징금을 부과해 불법 공매도에 대한 무관용 원칙을 시장에 알릴 것”이라고 말했다.
2021년 개정된 자본시장법(제429조의 3)에 따르면 불법 공매도 행위자에 대해선 공매도 주문 금액의 최대 100%까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공매도 금액이 100억원일 경우 100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얘기다. 법 개정 전엔 불법 공매도에 대해 건당 6000만원을 기준으로 과태료를 부과하는 정도에 그쳤다.
금감원은 작년부터 불법 공매도 집중 조사를 벌이고 있다. 작년 6월 공매도 조사 전담반을 설치하고 같은해 8월 이를 공매도 조사팀으로 확대 개편했다. 기존 4명이었던 인원을 8명으로 늘렸다.
전담반 설치 이후 지난달까지 금감원은 무차입 공매도 76건을 조사해 33건에 대해 과태료와 과징금 총 82억원을 부과했다. 올 들어 4개월간 금감원의 주식시장 공매도 사례에 대한 조사·조치 건수는 52건으로 작년 한 해 총 조사 건수(34건)에 비해 1.5배 이상 많았다. 2020년엔 4건, 2021년 14건이었던 것을 고려하면 조사 건수가 확 늘었다.
그간 시장에서 의혹이 제기됐던 무차입 공매도를 처음으로 적발했다. 외국계 자산운용사 ESK자산운용과 증권사 UBS에 대해 각각 38억7000만원, 21억8000만원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매도 규정 위반에 대한 조치가 과태료에서 과징금으로 변경된 이후 최초로 과징금을 부과한 사례다. ESK자산운용은 2021년에 특정 종목 주식 21만744주(251억4000만원어치)를 소유하지 않은 상태에서 매도 주문을 제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UBS는 보통주 2만7374주(73억2900만원어치)를 무차입 공매도했다.
금감원은 불공정거래 개연성이 높은 테마·유형 등에 대해 기획 조사를 집중 실시해 공매도를 악용한 불공정 거래도 적발했다. 블록딜, 유상증자, 임상 실패 등 악재성 정보가 공개되기 전에 공매도를 대량 벌인 게 그런 예다. 주가를 떨어뜨리기 위해 외국계 헤지펀드 등이 스왑 거래를 이용한 사례도 나왔다.
금감원은 “일부 혐의자는 큰 매매 차익을 거두기 위해 무차입 공매도를 한 정황이 있었다”며 “불공정거래 혐의에 대해 증권선물위원회에 안건을 상정하는 등 신속하게 제재 조치를 추진할 것”이라고 했다.
금감원은 “최근 주가가 급등락하는 등 변동성이 확대된 종목을 중심으로 무차입 공매도를 중점 점검할 것”이라며 “관련 조사를 확대해 시장 질서를 확립하고, 공매도 거래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신을 해소하겠다”고 했다.
올들어 공매도 과열 종목 지정은 총 253건으로 작년 같은 기간 83건에 비해 세 배 넘게 늘었다. 주식 시장이 회복하며 공매도도 많아졌다는 설명이다. 이달 일평균 공매도 규모는 코스피 6043억원, 코스닥 3561억원이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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