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룹 르세라핌(LE SSERAFIM)이 더 강인해져 돌아왔다. 남의 눈치를 볼 필요 없이 자신들만의 길을 가겠다고 밝힌 이들은 일각에서 불거진 스페인 가수와의 유사성 논란과도 선을 그었다.
르세라핌(김채원, 사쿠라, 허윤진, 카즈하, 홍은채)은 1일 오후 서울 광진구 예스24라이브홀에서 첫 번째 정규앨범 '언포기븐(UNFORGIVEN)' 발매 기념 미디어 쇼케이스를 개최했다. 이날 진행은 방송인 신아영이 맡았다.
르세라핌은 데뷔곡 '피어리스(FEARLESS)'에 이어 '안티프래자일(ANTIFRAGILE)'까지 히트시키며 K팝 대표 걸그룹으로 급부상했다. 기세를 이어 데뷔 1년 만에 정규앨범을 내게 됐다.
특히 이번 앨범은 데뷔 1주년 하루 전에 발매돼 더욱 의미가 남다를 터. 김채원은 "벌써 데뷔한 지 1년이 지났다는 게 실감나지 않는다. 시간이 참 빠르다고 느낀다. 데뷔하고 많은 무대에 오르고, 큰 사랑을 받아서 감사한 한 해였다. 더 책임감을 갖고 앞으로도 열심히 활동하고 싶다"고 소감을 밝혔다.
허윤진은 "데뷔 때도 멤버들과 친했는데, 1년 사이에 가족이라고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끈끈해졌다.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 이렇게 정규 앨범으로 1주년을 맞을 수 있게 돼 더 뜻깊다. 앞으로도 좋은 추억 쌓아가고 싶다"고 말했다.
'언포기븐'에는 동명의 타이틀곡을 포함해 총 13곡이 수록됐다. 최고가 되겠다는 욕망을 가감 없이 드러낸 '피어리스', 시련을 마주할수록 더 성장하고 단단해지겠다는 결심을 피력한 '안티프래자일'에 이어 타인의 평가에 개의치 않고 르세라핌만의 길을 개척하겠다는 각오가 담겼다.
허윤진은 "앞선 미니앨범에서는 르세라핌의 당당한 모습을 보여드렸다면, 이번에는 그간 보여드리지 않았던 조금 더 입체적인 모습을 보여드리기 위해 노력했다. 새로운 장르에도 도전하면서 우리의 다양한 목소리를 들려드리는 데 많은 공을 들였다"고 소개했다.
사쿠라는 "곡 수가 많아서 녹음도 훨씬 길게 했다. 앨범 준비 기간이 일본 활동과 겹쳐서 새로 수록된 신곡들은 다 일본에서 녹음했다. 이것도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양한 장르의 곡이 많다 보니 곡의 분위기에 맞게 녹음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홍은채는 "타이틀곡, 신곡이 다 앨범 주제와 연결돼 하나의 스토리 라인이 만들어진다. 이런 재미를 찾아가는 재미도 있는 앨범"이라고 했고, 카즈하는 "힙합, 펑크, 저지 클럽, 컨트리 등 다양한 곡이 있어 질리지 않게 계속 들을 수 있다"고 자신했다. 사쿠라 역시 "우리도 몰랐던 우리의 새 목소리를 담은 앨범이니 많이 기대해 달라"고 했다.
르세라핌은 늘 자신들의 이야기를 음악에 녹여내 큰 사랑을 받았다. 자신감 넘치고 당찬 메시지와 애티튜드가 K팝 팬들의 큰 지지를 이끌어냈다. 그렇다면 현 시점에서 '금기를 깨자'는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홍은채는 "인생을 살아오면서 불공평하다고 느끼거나 이유는 모르겠지만 남들이 그래야한다고 해서 따랐던 룰들을 마주쳤을 때 이해하기 어려웠을 때가 많다. 그 장벽을 넘어서고 싶다는 말을 많이 했는데 그게 이번 앨범에 잘 실린 것 같다"고 답했다.
앨범명 '포기븐'처럼 타인의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고 느낀 적이 언제였냐는 물음에 허윤진은 "실패가 있어야 성공을 알아본다고 생각한다. 하고 싶은 게 있으면 일단 도전해보는 편이다. 사람들이 '원래 그런거야'라고 말할 때 '왜 그래야만 하는 거지?'라면서 틀을 깨려고 노력하게 되더라. 스스로 발전하기 위해 남의 시선이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고, 그런 시도만으로도 얻는 게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김채원은 "용서를 구할 필요가 없다는 말이 남들의 말이나 평가에 휘둘릴 필요 없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졌다. 르세라핌으로 데뷔할 때 많은 변화를 줬는데 처음엔 낯설어하는 분들도 많았다. 하지만 지금은 날 사랑해 주고 응원해 주는 분들이 많다고 느껴진다. 늘 하던대로, 남들이 원하는 대로만 했으면 좋은 결과가 없었을 거란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타이틀곡 '언포기븐'은 한국에서 '석양의 무법자'로 알려진 미국 서부 영화 '더 굿, 더 배드 앤 디 어글리(The Good, the Bad and the Ugly)'의 메인 테마 OST를 샘플링한 곡이다. 힙합과 펑크 리듬이 세상이 정한 룰에서 벗어나 우리만의 길을 가겠다는 메시지를 돋보이게 한다.
'언포기븐'에는 데이비드 보위·마돈나·비욘세 등과 호흡을 맞춘 바 있는 나일 로저스가 피처링에 참여, 직접 기타 연주를 선보여 기대를 모은다. 나일 로저스는 전자음악의 전설 다프트 펑크의 메가 히트곡 '겟 럭키(Get Lucky)'를 작업한 기타리스트이자 프로듀서다.
영화 '석양의 무법자'의 메인 테마 OST를 샘플링한 것은 하이브 방시혁 의장의 아이디어였다. 엔니오 모리코네의 아들 지오바니 모리코네에게 곡 사용에 대한 허락을 받아 가족들과 논의하며 진행했다.
카즈하는 "듣는 순간 '오? 이 노래 뭐였더라?'라면서 빠져드실 거다. 원래 트랙도 굉장히 좋았는데 샘플링이 더해지며 중독성도, 완성도도 높아졌다"고 남다른 자신감을 내비쳤다. 김채원은 "듣고 말타는 느낌이 상상되더라. 우리의 진취적인 이미지와도 잘 어울리는 샘플링 같아서 좋았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곡에 대해 김채원은 "힙합과 펑크 리듬이 어우졌다. '피어리스', '안티프래자일'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르세라핌의 자세를 제일 잘 보여줄 수 있는 곡이지 않을까 싶다"고 밝혔다. 홍은채는 "녹음할 때도 껄렁껄렁한 자세로, '네가 뭔데?'라는 느낌으로 해달라는 디렉션을 받았다. 앞선 곡의 감정선과는 달랐다"며 웃었다.
난도가 높은 퍼포먼스를 소화하는 것으로 유명한 르세라핌인 만큼, 무대에 대한 기대도 큰 상황. 김채원은 "팬분들 사이에서 저희 안무가 어렵다고 소문이 자자하다. 이번 안무도 쉽지 않다. 다른 느낌으로 어렵다"면서도 "어려운 동작을 많이 했어서 그런지 동작은 괜찮은데, 표정이나 감성 표현이 많아서 그걸 중점적으로 연습했다"고 강조했다.
이어 홍은채도 "이번 무대에서는 표정 변화가 많다. 착하고 귀여운 표정을 지었다가 빌런으로 변하기도 한다. 억울한 느낌을 했다가 센캐로 변하기도 해서 이 점을 열심히 연습했다. 우리의 표정 변화를 잘 봐달라"고 귀띔했다. 사쿠라는 "르세라핌을 보면 '야망', '독기'라는 말이 떠오른다더라. 이번에도 그런 군무가 있지만 이번에는 조금 더 여유있고 무대 자체를 즐기는 느낌을 받으실 것"이라고 덧붙였다.
멤버들의 앨범 참여도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멤버 전원이 수록곡 '피어나 (Between you, me and the lamppost)'의 작사에 참여했고, 허윤진은 프로듀싱에도 이름을 올렸다.
허윤진은 "멤버 전원이 작사에 참여했다. 팬분들을 생각하면서 하고 싶은 이야기를 가사로 썼다. 무엇보다 팬분들에게 선물하는 첫 팬송이라 애정이 많이 가는 곡이다. 또 내가 프로듀싱을 처음으로 맡게 된 곡이라 개인적으로도 많이 아끼는 곡"이라고 전했다. 홍은채는 "작사가 처음이라 어렵게 느껴졌는데 프로듀싱을 맡은 윤진 씨가 자기가 쓴 가사도 보여주면서 많이 도와줬다"고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이번 앨범은 선주문량 138만장을 돌파했다. 이는 전작 선주문량 62만장을 훌쩍 뛰어넘는 수치로, 르세라핌은 '2연속 밀리언셀러'의 탄생을 예고한 상태다. 허윤진은 "사실 우리가 '안티프래자일'때도 선주문으로 하프 밀리언셀러를 기록했다. 그때도 엄청 기뻤고, 감사했는데 이번에는 138만장을 돌파했다니 정말 놀랐다. 무엇보다 팬분들께 감사했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다짐했다.
김채원은 '음원차트 1위'를 목표로 꼽으며 "성적은 하는 만큼 따라오는 거니 열심히 하겠다는 각오가 제일 중요한 것 같다. 좋은 분위기를 이어서 음원차트에서도 좋은 성적을 내고 싶다"고 말했다.
행사 말미 스페인 가수 로살리아와의 유사성 관련 질문이 나왔다. 르세라핌은 데뷔 때부터 로살리아의 음악, 콘셉트 등과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왔던 바다. 이에 대해 김채원은 "르세라핌의 곡과 콘셉트는 우리의 이야기와 메시지를 담은 곡이다. 우리의 고유 창작물이라고 생각하고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선을 그었다.
르세라핌의 정규 1집 '언포기븐'은 이날 오후 6시에 발매된다.
김수영 한경닷컴 기자 swimmingk@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