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반도체 부문에서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한 삼성전자가 반도체 재고를 털어내기 위해 '총력전'에 나섰다. 지난달 메모리 반도체 판매량이 역대 최대를 기록한 것으로 추산된다. 그만큼 반도체 재고 지표도 최악을 찍고 호전 조짐을 보이고 있다. 반도체 재고 털어내기로 올 하반기 실적 반등에 성공할지 주목된다.
1일 전자업계에 따르면 경계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사장)은 지난달 26일 DS부문 경영 현황 설명회에서 "D램과 낸드를 비롯한 메모리 반도체 최대 수량 판매를 달성했지만, 가격이 너무 떨어졌다"고 밝혔다. 지난달 반도체 판매량이 사상 최대라는 의미로 해석된다.
경 사장의 말을 뒷받침하듯 반도체 재고지표는 큰 폭 개선됐다. 통계청에 따르면 올 3월 반도체 재고율(재고량÷출하량)은 163.26%로 전달보다 88.91%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도체 재고율은 1997년 3월(289.29%) 후 최고치를 기록한 올해 1월(263.85%)에 정점을 찍고 3월까지 두 달 연속 내림세를 보였다. 재고율은 기업의 판매 대비 재고 비율을 나타낸 지표다. 재고율이 높다는 것은 팔리지 않고 창고에 쌓인 ‘악성 재고’가 많다는 의미다.
재고율이 큰 폭 떨어진 것은 반도체 출하량이 큰 폭 늘어난 덕분이다. 지난 3월 반도체 출하지수는 115.4(2015년 100 기준)로 전달보다 47.1%나 올랐다. 경 사장의 말을 종합해 보면 이 같은 출하량 증가 흐름이 4월에도 이어졌을 것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하지만 D램과 낸드 등 반도체 출하량이 늘었지만 판매 실적은 부진한 것으로 추산된다.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의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1.45달러로 전달보다 19.9%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월 18.1% 급락한 D램 가격은 2~3월에 제자리를 맴돌다 지난달 다시 내림세로 전환했다. 지난달 낸드플래시 고정거래가격도 전달보다 2.9% 하락했다.
출하량이 늘어났지만, 가격이 큰 폭 떨어지면서 D램 판매수익은 큰 폭 떨어진 것으로 추산된다. 4월 반도체 수출도 이를 뒷받침했다. 반도체 수출은 63억8000만달러로 지난해 4월에 비해 4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만큼 삼성전자 실적도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부문은 올 1분기에 4조5800억원에 달하는 영업적자를 냈다. 올 2분기에도 적자를 이어가는 것이 유력하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재고 털기와 '인위적 감산'으로 반등을 노린다는 각오다. 경 사장은 "급격한 실적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다운턴 대책을 실행하겠다"며 "적자를 피할 수 없을지는 몰라도 줄일 수는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 폭을 얼마나 줄일 수 있을지는 남은 7, 8개월 동안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김익환 기자 lovepe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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