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정상회담에서 대북 압박책이 나오게 한 원인 제공자는 다름 아닌 북한이다. 북한은 지난해부터 방어가 어려운 회피 기동, 고체연료 방식 등 허를 찌르는 온갖 종류의 단·중·장거리 미사일을 쏴댔다. 전술핵탄두 공개, 핵어뢰 수중 폭발 및 핵탄두 공중 폭발 시험까지 했다. 한국뿐만 아니라 주일 미군기지, 미국 본토까지 위협당하는 마당에 정상적인 국가라면 대비해야 마땅하다. 당연한 자위적 방어 조치에 대해 빌미를 제공한 쪽에서 “핵전쟁 책동”이라고 하니 황당하기 짝이 없다. 북한의 이런 거친 반응은 초조함의 발로로 보이지만, 예상치 못한 도발을 감행할 수 있는 만큼 만반의 대응 태세를 갖춰야 함은 물론이다.
중국과 러시아의 반응도 마찬가지다. 중국은 관영 매체를 동원해 한·미가 확장억제 조치들을 이행할 경우 중·러·북의 3자 연대 차원의 보복을 마주할 것이라고 위협했다. 한국이 균형 외교에 일대 변화를 선언했고, 미국의 팔에 안길 준비가 돼 있음을 보여줬다고도 했다. 중국 스스로 ‘한·미·일’ 대 ‘북·중·러’ 대결 구도를 선동하고 있는 것이다. 러시아 외교부는 “한·미 핵합의는 국제질서를 더 불안하게 하고 군비경쟁을 촉발할 수 있다”고 했다. 중·러 모두 적반하장이다. 한·미의 확장억제 업그레이드가 북한의 도발 때문이라는 사실에는 애써 눈 감고 있다. 북한이 핵·미사일 도발 수위를 높여가는 것도 중·러가 뒤에서 받쳐주고 있기 때문이다. 두 나라 모두 동북아 긴장의 근원적 원인에 책임이 있다는 얘기다. 북·중·러가 한·미 정상회담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은 역으로 워싱턴 선언이 그만큼 효력이 있다는 방증이다. 안보에서 한·미, 한·미·일 협력을 더 다져나가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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