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공정위가 지난달 이우현 OCI 부회장을 동일인으로 지정하는 과정에서 그가 미국 국적임이 뒤늦게 밝혀지자 외국 국적자의 총수 지정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하는 모습이다. 일각에선 이 부회장의 사례를 근거로 “외국 국적자에 대한 동일인 지정 기준이 없다는 이유로 3년째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된 쿠팡도 김범석 쿠팡Inc 대표(미국)를 총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와 관련, 한기정 공정거래위원장은 “한국계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집단(OCI)이 등장하고, 외국 국적의 동일인 2세가 다수 있는 것이 확인됨에 따라 외국인 동일인 지정 기준 마련이 필요해졌다”며 “관계부처와 협의해 시행령 개정을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국적이 외국이라는 점을 악용해 공정위의 감시망을 벗어나려는 위법 혹은 편법행위가 발생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공정위가 외국 국적 오너의 총수 지정에 집착하다가 더 큰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쿠팡과 같이 해외에 상장한 기업들에 대한 ‘이중족쇄’ 가능성이 그중 하나다.
미국 증시 상장을 목표로 하는 벤처기업인들이 주로 이 문제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인공지능(AI)을 통한 데이터 학습을 통해 제약·바이오 분야의 스마트 팩토리를 개발하는 A대표는 신속한 자금 조달을 위해 미국에서 기업공개(IPO)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는 “쿠팡 같은 뉴욕증시 상장사는 한국보다 무서운 SEC의 규제를 받는다”며 “미국행을 택하는 벤처기업 중 자산 규모 5조원을 돌파하는 곳이 나올 가능성까지 고려해 공정위가 미국 증시 상장사를 동일인 지정 대상에서 제외해주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해외투자자가 총수 지정에 따른 주가 하락 등을 빌미로 투자자-국가 분쟁해결(ISDS)을 제기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이는 공정위도 우려하는 바다. 공정위가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한국만의 갈라파고스 입법”(최준선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이란 비판을 받는 동일인 지정제를 개선하려면 외국 국적 총수의 지정 기준을 마련하는 데 연연하기보다 사익편취 금지라는 공정거래법 취지에 맞게 보완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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