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워싱턴 선언' 반발한 중국의 도 넘은 '한국 때리기'

입력 2023-05-01 18:13   수정 2023-05-02 00:20

“미국과 한국은 또 다른 핵 위기를 촉발할 수 있는 전략적 수준의 보복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중국 관영매체인 글로벌타임스는 지난달 30일 “한국 정부가 ‘압도적 친미정책’을 펴고 있다”며 위협에 가까운 논평을 내놨다. 이 매체는 같은달 27일 윤석열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정상회담 뒤 확장억제를 강화한 ‘워싱턴 선언’을 발표한 직후 “한국은 전례 없이 자치권을 상실했다. 진정한 승자는 워싱턴”이라고 보도하기도 했다.

최근 중국 정부의 논평도 거칠기는 마찬가지다. 왕원빈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방미 전 윤석열 대통령이 외신과 했던 대만 관련 인터뷰에 대해 “말참견을 허용하지 않는다”고 했고, 한국 외교부와 항의 공방을 벌이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전후한 중국의 거친 언사는 외교적 수사와는 거리가 먼 ‘도발’에 가깝다. 북한도 이에 편승해 한·미 회담에 대한 비난을 쏟아내고 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1일 “국제사회는 워싱턴 선언이 몰고 올 부정적 후과(결과)에 강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고 했다.

중국이 한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기 시작했다는 관측도 나온다. 최근 중국 내 한국 기업인 모바일 메신저 단체 대화방에는 ‘중국 세관이 한국발 화물 검사를 강화했다’는 글이 공유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도 워싱턴 선언이 한반도 긴장을 고조시키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기 위한 것임을 잘 알고 있다. 박진 외교부 장관이 이날 한 포럼에서 “윤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한 건 어느 나라를 겨냥하거나 소외시키려는 게 아니다”며 “중국이 과민하게 대응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한 점도 일맥상통한다.

연일 윤 대통령과 워싱턴 선언을 깎아내리는 것은 전형적인 중국식 ‘전랑(늑대전사) 외교’로 볼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국내 한 중국 소식통은 “중국은 워싱턴 선언에 담긴 ‘핵협의그룹(NCG)’ 신설 등을 북한을 넘어 중국을 겨냥한 조치로 확대 해석했다”며 “이에 반발한 중국의 수사적인 위협인 셈이지만 외교적 결례인 것은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동북아시아의 역내 평화는 중국 입장에서도 중요한 문제다. 중국을 포함한 한국 일본 외교당국은 ‘한·중·일 정상회담’ 개최를 위해 이달 국내에서 실무회의를 여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중국이 과도하게 공격적인 발언으로 한·중 관계를 어긋내지 말아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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