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이 터진 더불어민주당을 둘러싼 사법 리스크가 고조되고 있다. 검찰 수사의 칼끝이 송영길 전 대표를 향해가면서다. 노란봉투법(노조법) 방송법 개정 등 쟁점 법안 처리 못지않게 사법 리스크 대응과 당내 쇄신 작업의 성패가 박광온 신임 원내대표 리더십의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 등 지도부와 박 원내대표는 1일 국회에서 비공개 간담회를 열었다. 지난달 28일 선출된 박 원내대표와 현 지도부 간 상견례 자리다. 참석자들은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 대한 평가가 주로 논의됐다고 전했다. 민주당은 한·미 정상회담 등 외교 이슈로 정부·여당을 맹폭하고 있지만 당 내부적으로는 ‘돈 봉투’ 의혹 대응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박 원내대표는 원내대표 선출 수락 연설에서 돈 봉투 의혹을 의식한 듯 “국민들은 우리 당이 문제를 어떻게 보고, 대처할 것인가 하는 태도의 문제에 유의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개혁을 논의할 ‘쇄신 의원총회’를 열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3일 의총에서 쇄신 의총을 어떻게 구성할지 얘기하겠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가 의지를 보인 쇄신 의총에서는 친이재명(친명)·비명 간 견해차가 분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의원제 존폐 논의가 대표적이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대의원제 폐지 주장이 나오지만 비명계는 부정적이다. 친명계에서는 “권리당원 60표가 대의원 1표에 해당한다”며 ‘표의 등가성 문제’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의원제가 폐지 또는 축소되면 이 대표 강성 지지층인 ‘개딸(개혁의 딸)’의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게 비명계 지적이다. 박 원내대표는 대의원제 폐지에 부정적인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돈 봉투 의혹 핵심 당사자인 윤관석·이성만 의원의 거취도 관심사다. 박 원내대표는 “(두 의원의 탈당·출당 문제가) 쇄신 의총 논의 대상에서 배제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비명계인 박용진 의원은 이날 라디오에 나와 “당 지도부가 책임 있는 결정을 내려야 하고, 두 의원은 이에 따라야 할 것”이라며 압박했다.
이런 가운데 박 원내대표는 비명계 중심의 원내대표단을 구성했다. 원내 수석부대표에는 검사 출신인 송기헌 의원(재선)을, 대변인엔 김한규·이소영 의원(초선)을 지명했다. 송 의원은 지난 대선 후보 당내 경선 때 이낙연 전 대표를 도운 친이낙연(친낙)계 인사로 분류된다. 친명 중심 지도부와 균형을 맞추려는 의도로 해석됐다. 민주당 관계자는 “박 원내대표가 당내 다양한 목소리를 어떻게 수렴하는지가 중요하다”면서도 “자칫 당내 갈등만 증폭시키고 끝나는 최악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고 했다.
벌써부터 박 원내대표를 향한 일부 당원의 성토가 쏟아지고 있다. 민주당 국민응답센터 게시판에는 박 원내대표의 사퇴를 요구하는 글이 올라와 2300여 명의 동의를 얻었다. 대의원제 폐지에는 3만2000여 명이 동의했다.
한재영 기자 jy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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