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퍼스트리퍼블릭은행(FRC)이 자체 정상화에 실패해 JP모간체이스에 팔린다. FRC 파산설로 다시 고조된 글로벌 금융시장의 불안이 일단 진화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캘리포니아 금융보호혁신국(DFPI)은 1일 “FRC의 자산을 압류하고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를 법정관리인으로 선정했다”며 “이후 인수자로 선정된 JP모간이 FRC의 1039억달러 규모 예금 전부와 2291억달러 규모 자산 대부분을 인수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전날부터 진행한 FRC 매각 입찰에 JP모간과 PNC파이낸셜그룹(PNC), 시티즌스파이낸셜그룹(CFG) 등이 참여했고 협상 끝에 JP모간이 인수자로 선정됐다. FDIC가 130억달러가량의 손실을 분담하는 등 정리 절차를 밟은 뒤 JP모간이 FRC를 인수하기로 했다.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해 증시 개장 전 긴급 조치를 취한 것으로 알려졌다.
FRC는 1985년 샌프란시스코에서 설립돼 거점 도시의 고액 자산가를 고객층으로 끌어들이며 미국 내 14위 은행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 후 뱅크런(대규모 예금 인출)이 발생해 유동성 위기에 몰렸다. 미국 대형은행 11곳이 FRC 파산을 막기 위해 300억달러를 지원했지만 예금 인출은 계속됐다.
지난달 24일 1분기 실적 발표 때 순수 예금 인출액이 1020억달러(약 137조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가가 75% 이상 폭락했다. FDIC는 FRC의 자력 회생이 불가능하다고 판단해 매각 작업에 나섰다.
미국 은행이 간판을 내리는 것은 지난 3월 실버게이트, SVB, 시그니처은행에 이어 올 들어 네 번째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SVB 파산으로 촉발된 1차 은행 위기가 마지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이현일 기자 hiuneal@hankyung.com
관련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