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보다 10년 앞선다…'일본 위스키' 세계 휩쓴 비결 [양지윤의 왓츠in장바구니]

입력 2023-05-02 10:13   수정 2023-05-03 09:14


우리나라보다 10년 정도 앞서 일어난 일본 위스키 붐의 시초는 2014년 방영된 150부작짜리 아침 드라마다. ‘일본 위스키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타케쓰루 마사타카의 일대기를 다룬 드라마 ‘맛상’의 대성공은 일본 토종 위스키 열풍의 자양분이 됐다. 여기에 2015년 산토리의 싱글몰트 위스키인 ‘야마자키 셰리캐스크 2013’이 스카치 위스키를 누르고 ‘위스키 바이블’ 1위를 차지하는 ‘대형 사고’를 치면서 일본의 위스키 열풍이 본격화됐다.
◆“야마자키도 해냈는데”...신생 증류소 우후죽순

지난달 11일 찾은 일본 돗토리현의 ‘마쓰이주조’도 당시 폭발적이었던 위스키 열풍에 힘입어 위스키 제조를 시작한 곳 중 하나다. 마쓰이주조는 물이 좋기로 유명한 돗토리현에서 증류기 5기를 갖춘 쿠라요시 증류소를 운영하고 있다. 여기서 생산되는 ‘쿠라요시’·‘마쓰이’·‘산인’ 등 위스키들은 일본 전역을 넘어 중국·미국·한국·유럽 등 세계 각국으로 수출되고 있다.

일본에서 운영 중인 위스키 증류소는 60여 곳 정도. 이 중 절반 정도가 마쓰이주조 같이 최근 생겨난 신생 증류소들이다. 야마자키가 ‘세계 최고의 위스키’로 인정받은 2015년을 전후로 증류소들이 속속 생겨났다는 게 일본 주류업계 관계자의 설명이다.

위스키만 놓고 보면 업력이 오래지 않은 ‘영(young) 위스키’로 분류되지만 마쓰이주조는 1910년 설립돼 그 역사만 100년이 훌쩍 넘는 소츄(?酎) 양조장에 뿌리를 두고 있다. 2015년 위스키 면허를 취득했고, 그 이듬해부터 위스키를 만들기 시작했다. 위스키 수요가 급증한 만큼 위스키 사업이 승산이 있다고 본 것이다.


또 같은 위스키와 제조방식이 크게 다르지 않은 증류주 소츄를 만들어오던 노하우가 뒷받침돼 보다 수월하게 위스키 사업에 진출할 수 있었다. 마쓰이주조 관계자는 “위스키와 소츄는 사용하는 곡물은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증류주이기 때문에 발효과정이 비슷하다. 마쓰이주조처럼 소츄 회사에서 위스키 회사로 전환한 곳들이 많은 이유”라며 “신생 증류소이긴 하지만 100년 이상 축적한 양조 비법이 있어 위스키 생산에서도 경쟁력을 갖췄다”고 말했다.

한국보다 주세 부담이 적다는 점도 일본에서 신생 위스키가 속속 생겨날 수 있었던 이유다. 우리나라는 위스키에 ‘비쌀수록 세율이 오르는’ 종가세를 적용해 72%의 주세를 붙인다. 여기에 교육세(30%), 부가세(10%) 등이 줄줄이 붙어 국내에서는 쉽사리 위스키 생산에 도전하지 못하고 있다. 반면 일본은 가격과 무관하게 용량·도수가 같을 경우 동일한 세율을 부과하는 종량세 기반이라 세부담이 덜하다.
◆급팽창한 韓 시장 적극 공략

일본 영 위스키의 최종 목표는 ‘해외 시장’이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그동안 위스키 소비가 두드러지지 않았던 나라에까지 위스키 열풍이 불며 시장이 급격히 팽창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일본의 주류 수출은 꾸준히 우상향하는 중이다. 이미 지난 2021년 주류 수출액이 약 1조원(1147억엔) 수준을 돌파했는데, 특히 위스키 수출액이 전년 대비 70.2% 증가했다.

특히 이들은 한국 시장을 주목하고 있다. 마쓰이주조의 경우 현재 중국·미국·유럽 등에 제품을 활발히 수출 중인데, 최근 들어서는 한국 진출에 힘을 주고 있다. 마쓰이주조 관계자는 “코로나 이후 한국 위스키 시장이 급격히 커졌고, 향후 더 성장할 것으로 본다”며 “아직 히비키·야마자키 등 산토리 위스키 외에는 한국에 진출한 일본산 위스키가 많지 않아 기회가 있다”고 말했다.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른 히비키·야마자키보다 합리적인 가격에 마실 수 있는 위스키로 점유율을 높이겠다는 게 마쓰이주조의 전략이다.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 힘든 물참나무(미즈나라) 캐스크와 일본의 특성을 살린 벚꽃나무(사쿠라) 캐스크에서 숙성한 위스키, 그리고 하이볼에 특화된 위스키 등 다양한 라인업으로 시장을 공략한다. 마쓰이주조는 늘어나는 국내외 수요를 충족하기 위해 증류기도 차차 10개까지 늘리고, 새 생산시설도 짓는다는 목표도 세웠다.

쿠라요시=양지윤 기자 yang@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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